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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ㆍ칼럼

[사람사는 풍경] 비 내리는 인사동에서



종로 인사동은 존재의 기원이 숨쉬는 곳입니다. 옛날 삼청동에서 시작해 이곳을 거쳐 청계천 광통교까지 흐르는 개천을 복개해 형성된 길의 일부에 화랑과 전통 공예점, 고미술점, 전통 찻집과 음식점, 카페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1934년 문을 연 한국에서 가장 오래 된 고서점 '통문관', 1세대 장인들이 만든 탈을 파는 '탈방', 프란치스코 교황이 찾아 전각을 새겼다는 '명신당필방', 1913년부터 맥을 이어온 '구하산방', 한옥 미술관이면서 찻집으로 유명한 '전통다원', 고려청자와 조선 백자가 존재감을 과시하는 '통인가게'가 역사의 숨결을 잇고 있는 서울의 대표 명소입니다. 정취 넘치는 골목에 매료돼 천천히 걷다보면 어느 사이 악기상들이 들어선 낙원동, 먹자골목의 익선동, 비원 앞 원서동으로 넘어가게 되지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엊그제 인사동을 찾았습니다. 사거리 인근 골목 길에 맥주와 안주 맛이 좋은 집('부엌Ⅱ')이 있는데요. 후배를 기다리며 유리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전주곡을 탐닉하다가 주인장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게 됐습니다. 

클래식을 좋아한다는 그 분은 특히 차를 타고 가면서 듣는 음악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왜 하필 차 안의 음악일까' 궁금증이 발동됐는데 다른 손님이 문을 열고 입장하는 통에 그만 대화가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신동엽 시인이 '버스에 오르면 흔들리는 재미에 하루를 산다'고 토로한 것처럼 이 분도 흔들리는 재미에 음악을 듣는 것은 아닐까 추측했습니다. 흔들린다는 것과 음악. 인생도 박자를 맞추고 리듬을 타야 활기가 넘치고 생명력이 있다지요. 원래 한 몸인 음악과 시도 억지로 떼어놓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음악 / 이성복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본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 그게 생각처럼 쉬운가요. 얼핏 이성복 시인은 본인이 타인의 삶을 흉내내고 있고 그것을 자책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러면서도 달관한 듯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이라고 인식합니다.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해 잠깐 눈을 감고,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해 잠시 귀를 닫으며, 가장 진실한 말을 하기 위해 침묵 속에서 기다린다'고 말한 바 있는 시인은 자기 삶의 주인보다는 자기 안의 스승을 찾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과거 살고 싶어했던 삶에서 얼마나 멀리 와 있는지 곱씹어보게 됩니다. 오래 입 맞추지 못해 말라버린 입술을 포개는 달콤한 상상도 해봅니다. ㅎㅎ 

잠시 조용해진 시각을 틈타 스마트폰에 저장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버튼을 눌렀습니다. 이내 "연주자가 누구냐"는 주인장의 질문이 날아왔습니다. 대개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관심이 없거나 시끄럽다는 핀잔이 돌아오는데요. 뜻밖의 호기심어린 반응이 무척 기쁘고 반가웠습니다. 미세한 감정의 릴레이에 뭔가 뻥 뚫리는 기분이었지요. '통하는 사람이구나' 싶었습니다. 불통의 시대라는 지금 이것 말고 무엇이 더 중요하겠습니까. 

고객의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선천성 친절함도 감동입니다.  공급자 입장이 아닌 수요자를 배려하는 경영 모토가 몸에 밴 듯합니다. 사는 여유가 느껴지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특수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어찌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씨가… 있지 말입니다. 모종의 좋은 기운이 흐르는 공간. 다소 불온하면서 삐딱한 시선을 가진 이들의 상상력 아지트로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 Tchaikovsky “Violin Concerto” (Christian Ferras & Herbert von Karajan, 1965). by Chiba Yoshii




[김홍조 시인]


한국경제신문 편집부 기자로 오래 일하고
2009년 계간 '시에'를 통해 시인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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