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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ㆍ칼럼

[역사완성] 과거로 회귀한 메테르니히 “이제야 제대로 돌아가네”

시민혁명을 혼란·무질서라며 귀족정치로 되돌리려던 정치가

오스트리아의 재상 메테르니히(Met´ternich)는 무도회가 열리고 있는 비인궁의 광경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실내에는 궁정악단이 연주하는 왈츠곡이 흐르고 화려하게 치장한 남녀 귀족들이 쌍쌍이 무도회장을 누비고 있었다. 메테르니히와 유럽의 귀족들은 커다란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제야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아. 천한 것들이 의회니 뭐니 만들고 정치에 참여하려고 하다니"
"그렇습니다. 우리 귀족들이 수천년 간 이끌어 오던 세상을 무지몽매한 것들이 뭘 어쩌겠습니까"
"네 맞습니다. 그나저나  보나파르트도 외딴 섬으로 보내버렸으니 누가 우리를 막겠습니까? 허허~!"

유럽의 귀족들은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의 등장으로 움츠러들었던 자신들의 지위와 권력을 되찾았다며 환호하고 있었다.



워털루 결전에서 나폴레옹이 패퇴하자 메테르니히는 유럽의 왕족과 귀족들을 불러 모았다. 그는 개혁이나 혁명이야말로 안정된 사회와 국가를 깨뜨리는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유럽 각국의 대표들도 프랑스혁명 정신이 더 이상 번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아 현재 유럽의 모든 상황을 프랑스혁명 이전, 즉 왕족과 귀족들이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던 체제로 되돌려 놓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인류역사에서 기념비가 된 프랑스혁명은 민중들의 정신을 일깨웠다. 민중들은 더 이상 귀족의 개돼지가 아니고 자신들의 삶을 위해서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주체적인 존재라는 자각을 얻었다. 유사 이래 수천년간 이어져 온 왕정, 귀족정치의 종언을 알리게 된 사건이다.



이와 함께 나폴레옹이 등장하면서 전 유럽에 번지고 있던 자유화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나폴레옹은 전 유럽을 석권하면서 자유, 평등, 박애의 이념을 전파했고 각국에서는 시민들의 봉기가 잇따라 일어났다.

나폴레옹은 해외원정에서 패배한 후 잠시 엘바섬으로 쫓겨났지만, 얼마후 섬에서 탈출하여 파리에 재 입성했다. 나폴레옹이 돌아오자 전 유럽의 귀족들은 똘똘 뭉쳐 대군을 결성했고,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을 완전히 패퇴시켰다.

유럽의 왕족과 귀족들은 이때가 기회다 싶어 전후 처리를 빌미로 프랑스혁명 이후 변화된 세상을 혁명이전 자신들이 전권을 휘두르던 세상으로 되돌려 놓으려 했다.

혁명 이전의 가치만이 정통적 가치고 혁명 이전의 정부와 통치자만이 정통성 있는 주권자라 주창하면서 시민들의 자유와 평등을 억압하고 시민들의 권력을 다시 빼앗기 시작했다.

이른바 ‘보수반동체제’라 일컫는 비인체제를 결성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부르봉 왕조의 부활이라는 왕정복고가 이루어졌다. 물론 이면에는 프랑스, 영국,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등 강대국들 간의 국경과 식민지 분쟁에 대한 경계선 조정 등 자신들의 이권 조정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릴 수는 없는 것...비인체제는 전 유럽 시민들의 거센 저항을 받게 된다.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시민들의 봉기가 잇따르고, 특히 프랑스에서는 샤를 10세가 칙령으로 의회를 해산시키는 등 시민들의 권리를 몰수하자 프랑스대혁명을 경험한 시민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7월혁명을 일으켜 샤를 10세를 쫒아내 버렸다.

시민들이 오랜 시간 피를 흘려가며 쟁취한 권리인데 어찌 그것을 빼앗기고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헤겔(Hegel)은 그의 ‘역사철학’이라는 저서에서 “인류의 역사는 수많은 도전이 있을지라도 인간의식의 발전처럼 역사도 결국은 발전해 간다”고 말했다.

역사가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하든 그에 반대하는 세력들의 도전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지만, 결국 커다란 변화의 물결과 흐름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메테르니히가 주도한 비인체제도 결국 커다란 흐름에 반하는 움직임 중 하나에 불과했고 결국 시민들은 일부 귀족층이 가져가려했던 권력과 지위를 다시 찾아왔다.
 
찬란한 문명을 이룩했던 로마도 평민들의 권익보호와 정치참여가 이뤄지기까지 많은 진통을 겪었다.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은 귀족들에 의해 좌절되고 그들은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하지만 그들 형제는 로마의 변화라는 물고를 텄고 그 거센 물결을 귀족들은 막을 수 없었다.

우리의 역사에도 안타까운 순간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임진왜란이란 사건도 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공맹(孔孟)의 도(道)만이 사회질서를 유지해 나가는 유일한 원리이며 그 중에서도 교조적인 주자(朱子)의 사상에 매몰되었던 당시의 조선 집권세력은, 자신들이 미개하다고 천시하던 왜(倭)에게 국토를 철저하게 유린당했다. 조총 등 서양기술을 받아들인 왜에게 강토가 파괴되고 수많은 백성들이 죽임을 당한 비극적인 난리를 겪었다.

하지만 왜란이 끝난 후 조선의 집권세력은 이에 대해 반성을 하기는 커녕, 더욱 철저하게 과거의 이념과 질서를 되돌리려고 백성들에게 자신들의 사상을 강요하고 실학 등 새로운 움직임을 억압했다.

이렇게 반성 없이 과거에만 집착했던 조선 사회는 안과 밖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결국 구한말 나라를 빼앗기는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요즈음 우리사회를 보면, 지난날의 잘못을 바로 잡는다면서 사회 전반의 많은 것들을 몇십년 전 과거로 되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날의 잘못은 바로 고쳐야 하지만 그것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논어(論語)의 위정(爲政篇)편에 나오는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란 격언도, 과거로 돌아가라는 말이 아니라 지난 날에 대한 반성을 통하여 미래로 나아가라고 가르치고 있다.

우리 역사가 피땀 흘려 이룩한 많은 것들이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고, 새로운 세상을 위해서 또 많은 세월이 요구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또 다시 수많은 사람들의 아픈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면 참으로 너무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이 글의 내용은 산업경제뉴스와 무관한 필자의 의견입니다]


■ 이완성 자유기고가ㆍIT전문가

STX중공업과 아남반도체 근무,

현재 IT컨설턴트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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