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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ㆍ칼럼

[독자 투고] 천현우 작가의 ‘쇳밥일지’를 읽고

초겨울로 접어들고 있는 요즘 국내 정치·경제·사회 전반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금리인상과 물가상승 등에 기인한 어두운 분위기가 연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장과정 속 힘겨운 가정 형편에 더해 열악한 환경의 3D업종 중소기업에 종사하면서 새로운 인생개척을 통해 세상과 젊은이들에게 ‘행복이 따라오는 방정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천현우 작가의 철학이 담긴 책 ‘쇳밥일지’(문학동네 출판)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지방에서 극빈층으로 불우하게 자란 저자 ‘천현우’는 지방 중소기업의 용접공으로 근무하며 급여 120만원을 받으면서도 밝은 미래를 꿈꾸며 생계를 이어가던 중, 새엄마 심 여사가 사기를 당해 1억 원이라는 거액의 빚더미를 대신 떠안으며 좌절하고 만다. 


저자는 퇴직금과 현금서비스 등을 동원하며 참담한 현실을 극복해보려 했으나 불가항력이었고, 라면 사먹을 돈 조차 없어지자 참담한 인생을 원망하며 자살까지 생각한다.


하지만, 자살의 유혹을 다독이며 찾아간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자신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 해당되고, 공공기관인 LH에서 살아갈 집을 임대도 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다시금 삶의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된다. 


이후 저자는 GM하청업체에서 용접공 생활로 근근이 살아가면서 생산직은 정직원과 하청직원이 똑 같은 일을 함에도, 동일 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안 지켜지는데다 하청직원은 휴게실도 없고 여름 용접 현장에 냉방기도 없는 열악한 환경을 겪게 된다.


또한 중소기업의 최저시급으로 인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임금은 거의 변동이 없다 보니 직원들은 적당히 일할 수밖에 없고, 이에 제대로 된 생산품, 품질관리가 나올 수가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중소기업의 현실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고자 다른 곳에 힘들게 이직했지만 이 회사는 최저시급부터 시작했고, 독점업체에서 배운 기술도 다른 곳에서는 별 쓸모없자, 장기근속도 손해라는 것을 깨닫고 또 다른 업체를 찾아 구직에 나선다.

 

이후, 200만 원 월급에 8시간 일하는 자리를 얻어, 잔업에 특근까지 불사하며 정신없이 살게 되지만, 작업 도중에 10t 철판이 머리 위에서 떨어져 옆 동료는 죽을 고비를, 다른 동료는 일을 하다 손가락이 부러지는 상황도 목격하게 된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회사 재고는 날로 쌓여만 가는 현장을 보며 ‘중소기업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즉 당사자의 목소리가 없는 공론은 허상’임을 깨닫기도 하고, 


또 공단 주변에서 접하는 ‘컨테이너 패널, 반쯤 녹슨 H빔 골조, 골리앗 크레인, 커다란 배관들, 노조의 한이 담긴 피켓’들을 보며 중소기업과 공단의 현실을 생생히 글로 전하게 된다.


이후, 저자의 글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국무총리실 산하 ‘청년 정책조정위원회’에 출석, 현실진단과 해법을 “임금 상승 계단부터 만들어 줘야하며, 노동 강도, 산재 위협도 중요하나 사양길을 걷는 지방 제조업에서의 경력은 취업시장에서 아무 쓸모가 없다”는 말로 현실을 고발한다.


뿐만 아니라, 지방의 한 중소기업 공장에서 보낸 20대는 사회에서 ‘못 배운 년·놈들’로 통칭 당하며 조소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현실도 털어놓는다.


하지만 자존감을 찌그러뜨리려는 온갖 압력에 저항한 결과, 삶의 형태에 고하 따윈 없다는 소중한 지혜를 얻으며, 청강대 졸업 축사 영상에서 다음과 같은 말로 글을 맺는다.


“행복은, 평범한 사람들이 갇힌 울타리 바깥에 전시돼 있다 보니 나를 남과 비교할 때, 위안은 될 수 있으나 행복이 싹트지는 못하며, 이 같은 냉소를 거부하는 다짐이 필요하고. 자신의 일상, 동료들과 일, 오늘과 내일을 진심으로 사랑할 때 우리에게 행복이 따라오게 됩니다“ 


이 책을 출판한 ㈜문학동네는 편집자 리뷰를 통해 그저 ‘먹고살기’ 위한 삶에서 죽살이치다, 인간답게 ‘잘 살기’ 위한 삶을 꿈꾸게 되고, 나아가 평등을 갈망하며 타인을 ‘살게 하는’ 사람이 되고자 희망하는 저자의 결기와 고투의 흔적이 녹아 있으며, 


쇠와 쇠를 잇고, 나와 타인의 삶의 현장을 잇는 진짜 이야기. 비루하고 비속한 삶의 비극 속에서도 결코 자긍심과 자부심을 잃지 않은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언어예술의 한 경지가 담겨 있으며, “내일도 사부지기 함 때아보자이!”라고 말하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또 읽어볼 시간이라고 소개했다. 


[* 이 글은 산업경제뉴스와는 무관한 필자의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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