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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ㆍ칼럼

[역사 완성] 문경지교(刎頸之交)와 완벽(完璧)

나라를 위해 자신을 버린 제상 인상여와 대장군 염파

중국 춘추전국시대, 조(趙)나라 제상 인상여(藺相如)가 입궐을 위해 집을 나섰다. 그의 인력거가 저자거리를 지나고 있을 때 맞은 편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며 거리로 진입하는 행렬이 보였다.

대장군 염파(廉頗)의 행렬이었다. 인상여는 그 행렬이 염파 장군의 행렬이라는 것을 전해 듣고는 인력거를 돌려 염파 장군을 피해가라 명했다.

측근들은 제상인 인상여가 염파 장군을 무서워 피한다고 생각하며 표정들이 밝지 않았다.

대장군보다 높은 벼슬을 가진 제상 인상여는 왜 염파 장군을 피해다닌 걸까?

■ '화씨의 벽'과 '인상여' 

조나라의 혜문왕에게 큰 걱정거리가 있었다. 조나라에 있는 천하의 진귀한 보물인 '화씨의벽(和氏之璧)'을 이웃 강대국 진(秦)나라의 왕이 탐내며 성읍 15개와 맞바꾸자고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나라의 고민은, 화씨의벽을 내놔도 진나라가 성을 줄지도 의문이고 그렇다고 요구를 거절하면 당장 진나라와 전쟁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신하들과 몇날몇일을 논의했지만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천상 진귀한 보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 때 무현(繆賢)이라는 내시가 자신의 식객 중에 지혜로운 자가 있으니 왕에게 한번 만나보시라 간하며 인상여를 추천했다.

왕 앞에 불려간 인상여는 조목조목 따져 말하며 화씨의벽을 진나라에 보낼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냈다. 조왕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면 누가 진나라에 가겠는가 물었고 인상여가 나섰다.

화씨의 벽을 갖고 진나라로 간 인상여는 진왕에게 보옥을 꺼내 놨다. 진왕은 크게 기뻐하며 보옥을 신하와 애첩들에게 돌려보이고 즐거워 했지만 성읍 얘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러자 인상여는 보옥에 조그만 흠이 있다고 말하며 보옥을 달라고 했다. 보옥을 건네받은 인상여는 그것을 꼭 끌어안고 커다란 기둥쪽으로 갔다.

"왕께서는 저희가 보옥을 바쳤는데도 15개 성읍에 대해 아무 말씀이 없으십니다.
이에 대한 합당한 조치가 없으면 이것을 기둥에 던져 깨뜨리고 저도 부딪혀 죽겠나이다"

이에 놀란 진왕은 약속대로 15개 성을 주겠노라고 말했다. 그러자 인상여는

"이러한 천하의 보옥을 아무렇게나 주고받을 수는 없습니다. 저희 왕께서도 이것을 받으실 때 5일간 목욕재계하신 후 경건한 마음으로 받으셨습니다"

인상여의 말에 아무런 대꾸를 할 수 없는 진왕은 그러겠노라 하고 인상여는 보옥을 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인상여는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일행 한명에게 보옥을 가지고 몰래 조나라로 돌아가라고 했다.

5일이 지난 후 보옥을 받을 준비가 된 진왕 앞에서 인상여는 보옥을 조나라로 돌려  보냈노라고 말했다. 이에 진왕은 크게 노하고 신하들은 인상여를 죽이라고 간하였다.

그러나 진왕은 어차피 보옥도 손에 넣지 못하고 그것 때문에 이웃나라 사신을 죽인다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인상여를 후히 대접하고 돌려보냈다. 결국 조나라는 인상여의 기지와 용기로 보물도 지키고 침공도 받지 않았다. 

화씨의 벽을 흠집 없이 온전히 돌려받았다 하여 여기서 '완벽(完璧)' 이라는 말이 유래됐다.



■ 인상여와 염파...문경지교(刎頸之交)

그후 화씨의 벽을 얻지 못한 진왕은 어떻게 해서라도 트집을 잡아 조나라 왕에게 망신을 주고자 했지만 인상여는 그때마다 이를 잘 막아내 재상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한편 조나라에는 그 당시 염파(廉頗)라는 명장이 있었는데 조나라가 비록 약소국이기는 해도 진나라가 함부로 넘보지 못하는 것은 전장에서 백전백승하는 염파가 있기 때문이었다.

염파는 전장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자신보다 입으로 몇마디 하여 자신 보다 벼슬이 높아진 인상여를 시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인상여를 만나면 망신을 주겠노라고 공공연히 말하곤 했다.

그 말을 전해들은 인상여는 그 후 부터 염파와 마주치는 것을 피했다. 입궐을 하다가도 염파가 오는 것을 보면 행렬을 돌려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이런 인상여의 행동을 보면서 그의 측근들도 불평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조나라에는 인상여가 겁이 많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러한 소문이 퍼지자 인상여의 최측근이 인상여에게 물었다.

"대인 왜 이리 염파장군을 겁내시는 것입니까?"

그러자 인상여는

"자네 염파장군과 진나라 왕 중에서 누가 더 힘 있는 존재인가?"
"그거야 당연히 진왕입니다"
"그러면 내가 진왕 앞에서 큰 소리 치던 모습을 보지 못하였느냐?"
"봤습죠~ 그런데..?"

인상여는 단호히 말을 이어갔다.

"지금 진나라가 쳐들어 오지 못하는 것은 우리 조나라에 나와 염파 장군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두 사람이 불화를 일으키면 우리 조나라는 위태로워지고 결국 진나라에게만 이득이 되는 것이다"

인상여가 한 말이 염파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자 염파는 웃통을 훌훌 벗어던지고 가시나무를 한아름 등에 지고는 인상여의 집을 향해 나섰다.
인상여의 집에 당도한 염파는 마당에 무릎을 꿇고는 인상여에게 죄를 청했다.

"대인 소인은 옹졸한 죄인입니다. 벌을 내려주소서"

염파를 발견한 인상여는 버선발로 달려 나와 염파를 일으킨 후 방으로 들어갔다. 그날 두 사람은 밤새워 술잔을 기울였고 죽는 날까지 변하지 않는 우정을 지키며 오직 나라를 위해 두 사람의 지혜와 용맹을 모두 쏟아 부었다.

여기서 나온 고사가 문경지교(刎頸之交)로 목에 칼이 들어와도 변하지 않는 우정을 말한다. 관포지교(管鮑之交). 수어지교(水魚之交)와 더불어 깊은 우정을 의미하는 고사성어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놓여있는데, 최근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가 간 갈등도 불사하지 않아서 그때마다 우리는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인다.

미·중 무역 갈등, 아베정부의 군국주의 회귀, 북한의 핵개발, 미국과 이란 충돌위기, 최근 신종 코로나까지 나라에 위급한 상황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정치인들은 머리를 맞대기는 커녕 자신들 정파의 이익만을 챙기기에 급급하고 그에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은 가짜뉴스를 양산하며 서로 헐뜯기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인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아낌없이 내던졌던 인상여와 염파의 얘기가 크게 다가온다.

나라의 안전을 위해 겁쟁이 소리를 들으면서도 염파를 피해다닌 인상여와 인상여의 깊은 뜻을 전해듣고 곧바로 인상여에게 달려가 매를 때려달라고 머리를 조아린 염파와 같은 의인이 당연히 우리 나라에도 있으리라 믿고 싶다.

당리당략에만 몰두하는 정치인들 가운데서 인상여나 염파같은 인물을 찾아내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다가오는 4월 총선이 반드시 이러한 의미있는 시간이 되리라 믿고 싶다.


[이 글의 내용은 본지와는 무관한 필자의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


■ 이완성 자유기고가ㆍIT전문가

STX중공업과 아남반도체 근무,
현재 IT컨설턴트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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