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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ㆍ칼럼

[역사완성] 술과 아내에 휘둘린 쇼군 요시마사의 최후

무로마치 막부 8대 쇼군 아시카가 요시마사(足利義政) 이야기

무로마치 막부(室町幕府)의 8대 쇼군 '아시카가 요시마사(足利義政)'는 술을 좋아하고 정무를 잘모르는 무능한 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되어있다. 역사가들은, 그의 아내 히노 도미코(日野富子)가 전면에 나서서 조정의 권한을 쥐락펴락했기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요시마사는 아내의 횡포로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자 의욕을 상실하고 사찰 순례나 별장을 짓는 등 주술(呪術)과 위세 과시에만 몰두했던 것으로 전한다.

요시마사의 아내 도미코는 주위의 만류와 우려를 무시한 채 과감하게 정치에 관여했는데, 두 사람의 금실이 나빠 쇼군은 아내를 피하기 위해 며칠씩이나 정무를 내팽개치는 일도 허다했다고 한다.

도미코는 무능한 남편을 압도하고 정치적 권력을 잡으면서 고리대금업과 사채에 손을 대는 등 부정축재의 대명사가 됐다. 쿄토의 출입구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세금을 징수하는 가 하면, 쌀 투기를 하여 백성을 굶주리게 하는 등 당시의 기록은 도미코를 돈에 집착한 악녀로 묘사하고 있다.

요시마사가 통치하고 있던 1459년부터 3년 간 전국 각지에 한발, 장마, 홍수 등 천재가 잇따랐다. 홍수로 인해 악질이 유행했고 강에는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여 강물이 막힐 지경이었다. 백성들은 죽음이 코앞에 닥치자 수도 교토로 몰려들었고, 살려달라는 성난 목소리로 난을 일으켰다. 교토는 지옥같은 혼란에 휩싸였다.

그럼에도 요시마사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더욱 술과 주술에 빠져들었고, 백성들은 더욱 큰 고통에 빠져들었다. 당시 천황 '고하나 노조'도 요시마사를 호되게 질책했던 것으로 전한다.

남편이 무능하고 술에 쩔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자 아내 도미코는 막부의 인사 문제에까지 관여하는 등 더 많은 권력을 휘두르고 더욱 재물에 탐닉하며 허영과 사치에 몰두했다.



■ '오닌(應仁)의 난'...하극상 전국(戰國) 시작, 백성의 고통

요시마사와 도미코 사이에는 후계를 이을 사내아이가 태어나지 않았다. 급기야 절에 들어가 승려가 된 이복동생인 '요시미'를 환속 시켜 양자로 삼아 후계자로 정했다. 그러나 비극의 씨앗이 된 아들 '요시히사(足利義尙)'가 이듬해에 태어나게 된다.

그로부터 요시미를 지지하는 하타케야마(畠山) 가문과 요시히사를 후계로 미는 시바(斯波) 가문과의 권력다툼이 일어나고 결국 전국적 내란으로 확대됐다. 이른바 '오닌(應仁)의 난'이 발발하게 되었다. 전국의 무사집단들은 동ㆍ서 두 가문으로 나뉘어 10 여 년간 치열한 내전을 이어갔다.



요시마사는 쇼군으로서 두 가문에게 전쟁을 중지할 것을 명했다. 하지만 힘 없는 쇼군의 명령은 전혀 먹혀들지 않아 그는 포기하고 매일 술과 연회로 세월을 보냈다. 

아내 도미코는 이런 가운데도 양측가문에 전쟁비용을 고리로 빌려주며 돈놀이에 몰두해 엄청난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요시마사가 오닌의 난을 수습하지 못하자, 도미코는 1473년 자신이 낳은 아들 요시히사를 8살의 나이에 9대 쇼군으로 취임시키며 난을 끝냈다. 그리고 그녀는 아들의 후견인 역할을 한다는 명목으로 더욱 더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요시마사는 아내에 의해 쇼군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교외의 은각사란 사찰로 가서 그곳에 머물다 생을 마감한다.

승자도 없이 흐지부지 끝나버린 오닌의 난이었지만 교토(京都)는 대부분 불타서 황폐화 되었고 무로마치 막부는 전국 정권으로서의 힘과 기능을 상실했다.

오닌의 난 전까지 쇼군은 권위가 있었고 적자로 후계를 잇게 하는 등 질서가 잡혀 있었다. 그러나 오닌의 난 이후에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배신해 권력을 찬탈하는 풍조가 만연해지면서, 하극상의 시대라는 100년 간의 전국(戰國)시대가 막이 오른다.

무능하고 술에 빠진 지도자와 탐욕스럽고 허영에 빠진 아내가, 100년을 넘게 이어온 정권을 무너뜨리고 국가와 백성을 혼란과 고통에 빠뜨린 역사의 기록이다.



우리는 세계 역사에서 무능한 지도자와 정치에 관여한 아내가 나라를 망국으로 이끈 예를 수도 없이 볼 수 있다.

고려의 공녀 출신으로 원나라의 황후가 되어 원나라를 거덜내고 북쪽으로 쫒겨가게 만든 기황후(奇皇后), 아들을 이용하여 권력을 손에 쥐고 흔들더니 결국 아들까지 희대의 폭군으로 만든 네로(Neto)의 어머니 아그리피나(Agrippina), 중국 역사상 가장 큰 영토를 자랑했던 청(淸)나라를 말아먹는 것에 끝내지 않고 아예 끝장내버린 서태후(西太后) 등이 있다.

중국이나 조선에서는 왕비와 왕비의 힘을 얻은 외척세력의 발호를 막고자 외척이 관직에 등용되는 것을 철저히 경계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그의 아내에 가려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국가 체계가 무너지고 정치가 산으로 가고 극심한 권력다툼과 혼란이 따르고, 결국 그 고통은 백성들이 모두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글의 내용은 산업경제뉴스와 무관한 필자의 의견입니다]


■ 이완성 자유기고가ㆍIT전문가

STX중공업과 아남반도체 근무,

현재 IT컨설턴트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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