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뉴스 문성희 기자] 미국과 한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느려지고, 정부의 주택규제완화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주택가격의 하락속도도 느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매수와 매도세가 앞으로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눈치싸움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렇게 가격하락속도가 둔화되고 매수·매도가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최근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하락폭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보합수준 가까이 접근했다. 정부가 재건축안전진단 등 규제를 완화하면서, 오랜 기간 재건축을 기다려왔던 재건축단지들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부동산R114의 주간 가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주간변동률은 -0.03%로 보합수준인 '0%'에 가까워 지면서, 지난 1월 중순 -0.15%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일반 아파트는 -0.10%로 하락폭이 더 커졌다.
재건축 아파트는 올해로 들어 오면서 일반 아파트보다 더 빠르게 가격이 하락했지만 정부가 재건축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안전진단 기준과 절차를 완화하면서 하락폭을 크게 줄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주택가격 하락세가 계속되는데도 매도자들이 가격을 내리지 않자, 그나마 향후 가격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매수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한다.
여기에 지난 5년 동안 묶여 있던 재건축 예정단지들이 최근 규제가 완화되면서 주민에게 설문지를 돌리거나 조합을 결성하는 등 실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주 수도권 아파트의 가격동향을 보면, 강남의 주간변동률이 -0.25%를 기록한 반면, 반포·잠원 등 재건축 예정단지들이 대거 몰려 있는 서초는 -0.07%에 그치고 재건축 단지가 많은 소위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 지역도 재건축 단지들의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하락폭이 줄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는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하락률이 축소돼서 서울이나 경기인천지역보다 하락률이 작았다. 분당은 -0.03%를 기록하면서 사실상 하락이 멈추고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 아파트가격 움직임도 지난 7개월 간의 폭락세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매주 전국 아파트가격을 조사하고 있는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마지막 주 전국 아파트가격 변동률은 -0.38%로 지난해 12월 마지막주 -0.76%의 절반 수준이 됐다. 무엇보다 5주 연속 하락폭이 축소되면서 시장에서는 급락장세가 끝나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0.74%에서 -0.45%로 0.29%포인트 감소했고, 인천은 -1.18%에서 -0.73%로 0.45%포인트나 감소했다. 전국에서 가장 하락세가 심했던 세종시는 -1.68%에서 -1.14%로 0.54%포인트나 하락률이 감소하는 등 전국 모든 주요 시도의 하락률이 축소되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폭의 감소에도 시장에서는 아직도 주택시장은 불안하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위축된 경기도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다 최근 물가상승마저 겹치는 등 주택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어서 매수자들은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부동산R114는 급매물이 소진된 후 거래가 더 부진하다면서,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매도호가를 유지하려는 매도자들과 가격이 더 내리기를 기다리는 매수자들의 눈치싸움으로 거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택시장 상황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