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뉴스 문성희 기자] 주택가격 급락으로 시장 곳곳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자, 집값이 더떨어져야 한다던 정부도 결국 규제완화를 시작했다.
지난 10월 27일 대출규제 완화를 시작으로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하고, 보유세부담을 줄이고 재건축 규제도 풀었다. 하지만 가격 급락은 멈추지 않고 오히려 하락속도가 2배나 빨라졌다. 시장에서는 공포가 느껴진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아파트가격 주간변동률은 -0.56%로 조사됐다. 정부가 규제완화를 발표하기 이전인 10월 24일 조사된 변동률은 -0.28% 였다. 규제완화 한 달이 지났지만 하락 추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하락폭이 2배가 되면서 오히려 하락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정부가 주택관련 금융·세제·분양·매매거래·재건축 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존의 규제를 완화했지만 시장에서는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은행이 단행한 지난 7월 13일 '기준금리 1차 빅스텝'과 10월 12일 '기준금리 2차 빅스텝' 이후에는 가격 그래프의 우하향 기울기가 더욱 급해지면서, 결국 금리가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 중개소 대표는 "금리가 안정되기 전에는 정부의 어떠한 조치도 시장에 영향를 주지 못한다"면서, "금리가 내년에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시장에서는 한숨과 함께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다"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이러한 가격폭락은 수도권에서 더욱 뚜렷하다. 인천의 아파트가격은 지난 10월 24일 -0.48%의 주간변동률을 기록하며 전국 평균의 2배 수준이었다. 이러한 폭락세에 정부는 인천 전 지역을 조정대상에서 해제하며 가격 급락세를 완화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주 인천 가격변동률은 -0.94%를 기록하며 오히려 전례없는 폭락세를 보였다.
경기 지역도 -0.35%에서 -0.71%로 하락속도가 2배가 됐고, 서울도 -0.28%에서 -0.56%로 하락속도가 2배가 됐다. '가격하락 공포'라는 말이 실감나는 추세다.
규제가 모두 해제된 지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종시가 한 달만에 -0.37%에서 -0.77%가 됐고, 대전도 -0.34%가 -0.62%가 됐다. 대구도 -0.57%, 부산도 -0.56%로 하락속도가 2배가 됐다. 강원과 제주를 제외하고 전국의 집값이 모두 급하게 떨어지고 있다.
주택가격이 전례 없는 폭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는 실제 시세의 경우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변동률만큼 하락폭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택거래가 얼어붙어 '급매물'도 아닌 '급급매물'만 거래되는 상황에서 가격이 크게 낮춰진 거래를 중심으로 통계수치가 작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즉, 시장의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 시장의 심리를 위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택매매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주택가격을 중심으로 가격을 조사하고 있는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 아파트의 주간 가격변동률은 -0.07% 였지만,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가격 변동률은 -0.56%였다. 무려 8배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이전에 30억원에 거래됐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 아파트는 지금도 여전히 28억원~29억원을 호가하고 있고, 11월 초에 29억원에 매매된 거래도 있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수치를 보면 서울 서초구도 지난 8월 이후부터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며 10월 이후에는 매주 0.20% 전후의 급한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12월 아파트 입주물량은 3만 5211가구로 작년보다 54%나 많은 물량이 시장에 쏟아진다. 특히 가격하락세가 급한 경기도에는 전체 입주물량의 절반이 쏟아져서 수도권 가격하락세는 더욱 급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부동산R114는 "금리 인상으로 커지는 대출이자 부담이 주택 거래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는 가운데, 12월 겨울 비수기에 들어선 만큼 입주 여파로 매물이 늘어나는 지역에서 낙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며,
"투기지역과 과열지구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되고 서민주택 우대도 확대되면서 저가 아파트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거래가 소폭 늘어날 수 있지만, 계속되는 금리 인상과 DSR 규제로 거래 정상화 등 시장의 분위기 반전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