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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의존국 한국, GMO 규제 후진국 오명 피할 수 있을까

세계는 소비자 권리·투명성 강화 추세, 한국은 여전히 지체 지난해 GMO 전면 표시제 통과했지만 시행은 올해 말 돼야

곡물의존국 한국, GMO 규제 후진국 오명 피할 수 있을까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유전자 변형 작물(GMO)은 식량 안보와 건강, 국제 무역에 직결되는 민감한 쟁점이다. 안전성 논란과 정보 비대칭은 소비자의 불신을 키우고, 가격 충격은 취약계층의 영양 불균형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세계는 GMO 규제를 강화하며 소비자 권리와 식량 체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얼마전 미국 법원은 GMO 표시 규정 일부를 무효화하며 소비자의 알 권리를 강화했고, 이 판결은 국제적 규제 강화 흐름을 가속화했다. 일본과 유럽은 이미 엄격한 제도를 통해 신뢰를 확보했으며,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도 발 빠르게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여전히 그 흐름에 뒤쳐져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GMO 전면 표시제를 도입했지만 시행은 2026년 말로 늦춰져 있어 국제적 흐름과 괴리된 모습이다. FAO의 최신 보고서는 기후 위기와 식량 가격 인플레이션 속에서 수억 명의 식탁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하는 지금, 한국의 지체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 GMO 표시 규정 강화 흐름 기류에 뒤처지는 한국 미국이 GMO 표시 규제를 강화하며 소비자 권리와 식량 체계의 투명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2025년 10월 31일 미 연방 항소법원은 미국 농무부의 디지털 중심 표시 규정을 뒤집었다. 법원이 문제삼은 것은 QR코드만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기존 방식은 접근성과 명확성 측면에서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판결 직후 미국 내 대형 유통·식품 기업들은 포장 실물 라벨 확대, 원재료 추적 시스템 고도화, 공급망 데이터 공개 범위 확대를 예고했다. 기술 혁신을 해법으로 삼되, 신뢰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국제적 흐름은 이미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일본은 원재료 함량과 무관하게 GMO 성분이 포함되면 표시하도록 의무화해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정보 제공을 하라고 권하고 있다. EU는 GMO 재배를 엄격히 제한하고 포장에 명확한 표시를 의무화하며, 환경·윤리·사회적 수용성까지 규제의 범위를 확장했다. 가능한한 엄격함을 유지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겠다는 태도다. 이에 반해 중국이나 동남아 등은 아직 그 수주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상업 재배를 확대하면서도 지방정부 단위로 표시 기준을 강화해 사회적 불신을 완화하려는 이중 전략을 취한다. 필리핀과 태국으로 대표되는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규제 충돌을 피하기 위해 국제 기준에 맞춘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한국은 뒤늦게 전면 표시제를 도입하며 아쉬운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2025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2026년 12월부터 모든 GMO 식품에 표시를 의무화하지만 국제적 흐름과는 여전히 차이가 크다. 시행까지의 공백이 길고 세부 고시와 현장 적용 지침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소비자 조사에서도 GMO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크다. 식약처가 2024년 전국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6%가 ‘GMO는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소비자 단체들은 완전표시제 도입을 환영하면서도 시행 지연과 세부 규정 미비를 지적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GMO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여전히 절실함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정부와 산업계는 비용 부담과 공급망 혼란을 이유로 속도를 늦추고 있다. 이 공백은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구조적 취약성과 맞물려 가격·신뢰·무역의 삼중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 ◆ 미국에 기대는 한국, 비용 부담 늘어날 가능성 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뿐만이 아니다. 경제적 파급 효과 역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그는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FAO 식량가격지수와 미국 농무부(USDA) 전망에 따르면 국제 곡물 가격은 2024년 대비 약 15% 올랐다. 여기에 한국 국회가 2025년 말 통과시킨 GMO 완전표시제와 관련해 업계는 포장·검사·추적 비용이 최대 1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공급망 불안정과 규제 강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식품 산업 전반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 식품 기업은 옥수수와 대두의 70% 이상을 미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원재료 가격과 라벨링 비용 상승이 소비자 가격에 연쇄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부담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글로벌 기업들은 이를 브랜드 신뢰 강화의 기회로 삼아 원산지·가공 단계·유전자 변형 여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통합 라벨과 앱 연동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반면 국내 대형 식품 기업들은 ‘비용 전가 불가’를 이유로 최소 준수 전략을 선호하며, 정보 공개 범위 확대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이 격차는 곧 소비자 신뢰의 격차로 이어진다. 정치·외교적 맥락에서도 한국의 지연은 부담이다. 이 지연은 곧 미국이 투명성 강화를 무역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빌미가 되고, EU와 일본은 이를 국제 기준으로 삼아 자국 입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한국이 시행과 세부 기준을 늦추면 라벨링 적합성 심사에서 추가 인증·검사 비용을 부담하거나 특정 품목의 통관 지연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규제 정합성을 맞추지 못하면 ‘비용+시간’의 이중 페널티가 발생한다. 기후 위기와 식량 안보의 관점에서 보면 라벨링은 단순한 소비자 정보가 아니라 시스템 신뢰의 인프라다. FAO의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 현황 2025’ 보고서는 최근 몇 년간 세계 기아가 2019~2021년의 급증 이후 점진적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평가하면서도, 건강한 식단의 비용 상승이 저소득층 접근성을 크게 제한한다고 경고한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지역은 식량 불안정이 완만히 개선됐지만, 지역·계층 간 격차는 여전히 크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은 한국처럼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가격 변동과 정보 비대칭이 결합해 취약계층의 영양 불균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취약계층의 영양 불균형을 막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제도적 대응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을 바꿔야 할까. 첫째, 시행까지의 공백을 줄이는 것이 핵심 과제다. 표시 항목·문구·가독성 기준을 조기에 확정하고, 중소기업에는 표준 라벨 템플릿과 검사·추적 비용을 지원해 ‘최소 준수’가 아닌 ‘충분 준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소비자 신뢰를 전제로 데이터 공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원재료 원산지, 가공 단계, 유전자 변형 여부를 일관된 포맷으로 제공하고, 오프라인 라벨과 온라인 상세 정보가 서로 보완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무역 정합성 확보 역시 시급한 과제다. 미국·EU·일본의 최신 기준과 상호 인정 가능한 기술 규정을 조기에 정렬해 통관 리스크를 줄이고, 국내 검사기관의 국제 인증을 확대해 중복 검사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기후·영양 정책과의 연동이 필요하다. 학교·군·공공 급식에서 영양 기준과 라벨링 투명성을 함께 강화하고, 취약계층에는 건강한 식단 바우처를 제공해 가격 충격을 완화하는 정책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는 곧 국제적 규제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미국 판결은 기술 혁신과 소비자 권리, 국제 무역과 식량 안보가 얽힌 현재의 흐름을 드러내는 방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세계가 투명성을 표준으로 삼는 지금, 한국이 지금처럼 GMO 규제 시행을 늦추고 정보 공개를 최소화한다면 규제 후진국이라는 딱지는 앞으로도 우리가 안고 가야 할 오명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직면한 곡물 의존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라벨링을 비용이 아닌 신뢰 인프라로 재정의할 때라야 비로소 우리는 소비자 권리, 무역 경쟁력, 기후 회복력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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