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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한계 극복한 중국, ‘인공 태양’ EAST 보며 부러움만 ‘뚝뚝’

물리적 장벽 그린월드 한계 돌파로 핵융합 기술 새 이정표 기록 청정 에너지의 미래, 기술·경제·규제 허들을 넘어야 현실로 구현

핵융합 한계 극복한 중국, ‘인공 태양’ EAST 보며 부러움만 ‘뚝뚝’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낼 수 있는 ‘꿈의 에너지원’ 핵융합은 이제 실험실을 탈피해 국가 전략의 최전선으로 등장했다. 세계 각국이 기술 패권을 노리는 가운데 최근 중국이 한단계 진보한 인공태양을 선보이며 우월적인 기술력을 과시했다. 한국 역시 자국산 인공태양 KSTAR로 초고온 플라즈마 장시간 유지라는 세계 기록을 세우며 뒤따르고 있지만 중국에 비해 반보 뒤쳐진 자리에서 머물러 있어 아쉬움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기술이기에 얼마든지 역전할 기회는 남아있다. ◆ 중국 EAST, 그린월드 한계 돌파.. 핵융합 상용화의 문턱 넘다 미국 과학 전문 매체 <Live Science>는 10일, 중국 허페이의 첨단 초전도 토카막(이하 EAST)이 플라즈마 밀도의 물리적 장벽으로 알려진 그린월드 한계(Greenwald Limit)를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그린월드 한계란 플라즈마 밀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불안정해져 핵융합 반응이 꺼져버리는 물리적 제약으로, 지난 수십 년간 핵융합 연구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왔다. EAST 연구진은 플라즈마가 ‘한계 이후’에서도 무너지지 않도록, 플라즈마-벽 상호작용을 미세 조율하는 전략으로 관문을 통과했다. 이 벽을 넘어섰다는 것은 핵융합 상용화의 관문을 실제 실험에서 열었다는 의미로 국제 연구 경쟁에서 중국이 중요한 이정표를 선점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이번 성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핵융합이 기존 원자력과는 전혀 다른 원리와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핵분열은 무거운 원자핵을 쪼개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라 방사성 폐기물이 많이 생기고 안전 문제도 뒤따른다. 반면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을 서로 붙여 더 큰 원자를 만들면서 에너지를 내는데, 이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은 훨씬 깨끗하다. 연료도 바닷물에서 얻을 수 있을 만큼 풍부해 ‘꿈의 에너지’라 불린다. 그러나 태양처럼 엄청난 압력과 온도를 지구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난제가 남아 있다. 태양은 중력이 플라즈마를 붙잡지만, 지상에서는 강력한 자기장으로 플라즈마를 도넛형 챔버 안에 안정적으로 떠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때 플라즈마 경계가 벽과 과도하게 상호작용하거나 내부에서 난류가 커지면 에너지와 입자가 급격히 새어 나가 방전이 꺼진다. 결국 핵융합의 관건은 충분히 뜨겁고 밀도가 높으며 오래 안정적인 플라즈마를 유지하는 것이다. EAST가 집중한 지점은 바로 이 난제를 뚫는 정밀 제어였다. 첫째, 초기 연료 가스 압력을 단계적으로 설계해 플라즈마 밀도를 ‘너무 빨리’ 올리지 않으면서 경계면의 입자·열 플럭스를 균형 있게 분산시켰다. 둘째, 전자 사이클로트론 공명 가열(ECRH)을 통해 마이크로파 주파수를 전자 집단의 공진에 맞추어 에너지를 집어넣고, 난류 억제와 전도 손실 완화를 동시에 노렸다. 핵심은 가열과 연료 주입이 벽과의 상호작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에너지와 입자 수송을 ‘벽-플라즈마’ 양자에 맞춰 동조시키는 것이다. 그 결과 EAST는 토카막의 통상적 운전 범위를 넘어, 그린월드 한계 대비 약 1.3~1.65배에 이르는 고밀도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이는 단순 기록이 아니라 ‘밀도를 올리면 곧 불안정해진다’는 오랜 통념이 조건부임을 보여주는 실증이다. 이번 성과는 이론적으로만 예측되던 ‘밀도 없는 영역’과 맞닿아 있다. 이름은 역설적이지만 의미는 분명하다. 밀도를 높여도 난류와 경계 불안정이 폭주하지 않는 ‘새로운 균형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EAST는 플라즈마 벽 자기조직화(PWSO) 개념을 적용해 경계에서의 에너지·입자 교환을 능동적으로 균형 잡아 벽 손상과 플라즈마 붕괴를 동시에 피했다. 실험적으로 이 영역에 진입했다는 사실은 경계부 제어, 가열·연료 주입 동조, 디버터 설계 등을 아우르는 토카막 설계 패러다임을 재구성할 근거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 한국 KSTAR, 초고온·장시간 운전으로 또 다른 난관 돌파 핵융합 기술 선점에 공을 기울이고 있는 우리 입장에선 사뭇 부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알려진 것처럼 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KFE)의 KSTAR는 ‘한국의 인공 태양’으로 불리며, 고온·장시간 유지라는 또 다른 난관을 돌파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과도 꾸준하다. KSTAR는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를 수초에서 수십 초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록을 연이어 세웠고, 분 단위 운전을 목표로 장치 업그레이드와 운전 시나리오 최적화를 병행하고 있다. 이는 고밀도 운전과 맞물려 ‘고온·고밀도·장시간’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향으로 세계 연구가 수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KSTAR가 축적한 전류 구동 기술, 가속 중성자 주입과 전자·이온 공명 가열 같은 가열 방식, 그리고 ELM 억제와 디버터 열부하 분산을 통한 경계면 제어 기술은 EAST가 시도하는 고밀도 운전 안정화 로드맵과 상호 보완적이다. 국제적 흐름을 살펴보면, 미국 DIII-D와 여러 대학·연구소는 그린월드 한계를 실험적·수치적으로 재평가하며 경계면 수송과 난류 억제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있다. 유럽은 프랑스 카다라슈의 국제열핵실험로(이하 ITER)를 중심으로 대규모 초전도 자석, 진공 시스템, 가열·연료 주입 장치, 디버터 모듈의 통합 신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일본 JT-60SA는 초전도 대형 토카막으로 운전을 시작해 장시간 시나리오 최적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한편 미국과 유럽의 민간 스타트업들은 레이저 관성핵융합, 고온 초전도 자석을 활용한 소형 토카막, 구형 토로스 등 다양한 대안을 실험하며 ‘작게, 빠르게’라는 상용화 경로를 탐색하고 있다. 이 모든 흐름이 겹쳐 핵융합은 더 이상 순수 과학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에너지 안보와 산업 전략의 핵심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ITER는 연구용 장치지만 ‘연속적이고 의미 있는 출력’을 내는 최초의 국제 초대형 토카막을 목표로 한다. 일정은 여러 변수가 있지만, 통합 시운전과 단계적 플라즈마 운전을 거쳐 본격적인 핵융합 반응 생성 시점을 향해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EAST와 KSTAR 같은 장치들이 ITER의 운전 범위를 현실적으로 넓혀주고 있다는 점이다. 고밀도 안정화, 고온 장시간 유지, 경계면 열하중 관리, 연료 순환, 특히 삼중수소의 취급과 재처리 같은 기술이 앞서 실증될수록 ITER의 첫 성공은 더 안전하고 신뢰도 높게 다가올 것이다. 이후 데모(DEMO) 발전소 개념으로 이어지면 실제 전력망 연동과 경제성 평가, 규제 프레임 구축이 본격화된다. 사회·경제적으로 핵융합 상용화의 파급력은 크다. 전력 생산이 기상 조건에 좌우되지 않고, 연료 조달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어들며, 장기 방사성 폐기물 부담이 낮다면 전력 시장 구조와 에너지 패권 지형은 재편될 수밖에 없다. 다만 ‘언제’와 ‘어떤 비용’으로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대형 장치 구축·운영 비용, 소재 내구성 문제, 삼중수소 공급망, 규제와 안전 기준 등은 상용화의 현실적 허들이다. 이를 극복할 때라야만 비로소 상용화를 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 중국의 EAST는 그런 의미에서 큰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기술 선점을 위해 극한 경쟁에 나선 각국들이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는 대목이지만 실망은 이르다. 기후 위기 대응과의 관계에서도 핵융합은 ‘즉각적’ 해법이 아니라 ‘장기적’ 해법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배출 감축은 재생에너지 확대, 효율 향상, 전력망 디지털화, 저장 기술과 병행되어야 한다. 그 위에 핵융합이 더해지면, 베이스로드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방정식은 안정성을 얻는다. EAST의 그린월드 한계 돌파는 핵융합 연구에서 오랫동안 넘기 어려운 물리적 장벽을 실제 실험에서 넘어선 성과다. KSTAR의 장시간 초고온 운전은 또 다른 축에서 그 한계를 밀어붙이고 있다. 두 장치가 열어놓은 ‘운전창 확대’는 ITER 같은 국제 통합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데모 발전소로 가는 시간표를 앞당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핵융합은 아직 실험실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번 성과들은 인류가 태양을 모사하는 기술을 꾸준히 성장시키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에너지·기후·산업·안보가 교차하는 시대에 핵융합은 ‘단번의 혁신’이라기보다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과를 과대평가하거나 폄하하지 않고, 실증과 투자, 규제·표준, 국제 협력을 균형 있게 이어가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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