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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특별법' 상시법 전환 “중소-중견-대기업 상생 견인”

최진식 중견련 회장 친필 서신 공개



[산업경제뉴스 강민구 기자]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이 중견기업계 최대 숙원인 ‘중견기업 특별법’의 상시법 전환 소식을 전하면서, 전국의 중견기업 대표들에게 4일 친서를 발송했다.


국회는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한시 규정 삭제를 포함한 ‘중견기업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찬성 213표, 기권 1표로 통과시켰다.

중견련은 5,480개 중견기업 중 중견련 회원사를 포함해 중견기업 확인서를 발급받으면서 주소를 제공한 3,077개 중견기업 대표 모두에게 최 회장의 서신을 발송했다.

최 회장은 19세기 독일 화가인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작품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그림 엽서를 동봉하면서, 뒷면에 ‘함께 갑시다, 언제든 전화 주십시오’라는 메시지와 최 회장 본인의 휴대폰 번호를 적어뒀다.

최 회장은 친서를 통해 “‘특별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한 여야의 일치된 의견은 국민의 바람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가 존속을 위한 물적 토대를 굳건히 다지고, 사회 전반에 조화와 협력의 흐름을 회복시키는 데 앞장서자”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높은 바위 위에서 깊은 안개가 물결치는 무상의 공간을 초연하게 조망하는, 그림 속 키 큰 방랑자의 뒷모습은 어쩌면 모든 기업인의 보편적 상징일지도 모른다”라며, “돌파하기 어려운 한계상황 앞에서 막막할 때가 많지만, 세상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사회의 발전과 후대의 풍요를 위해 기업인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 나아가자”라고 요청했다.


■ 최진식 회장 서신 전문

목련이 떨어지자 이내 벚꽃이 완연합니다. 다시 찾아온 봄날, 생각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무딘 펜 끝에 조바심이 여실합니다. 희망과 멍에를 함께 전하는 난분분한 심정을 헤아리실까요.

존경하는 중견기업인 여러분,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최진식입니다. 나날은 평안하신지요.

당연한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래서 답답하고 안타까웠습니다. 10여 년 전에 이뤘어야 할 일이고, 아니라도 더 빨리 닿았어야만 했습니다. 부회장사의 직함을 걸고 묵묵히 걸어온 건 이미 오래, 무람하게도 회장의 자격으로 중견기업의 맨 앞에 선 지도 일 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언론을 통해 이미 접하신 분도 많이 계시겠지만, 마땅하게도 卒筆을 들어 직접 소식을 전합니다. 중견기업계 최대 숙원인 ‘중견기업 특별법’이, 피할 수 없었던 10년 시한부의 꼬리표를 떼고 상시법으로 선포됐습니다. 중견기업 육성·지원 정책의 법적 근거로서 분명한 안정성을 확보한 셈입니다. 너무나 기쁜 소식, 더 큰 희망의 경로가 환히 트이는 듯합니다.

‘특별법’이 시행된 2014년 7월 22일 이후 중견기업 수는 2013년 3,846개에서 2021년 5,480개로, 고용은 116만 명에서 159만 명으로, 수출은 876억 달러에서 1,138억 달러로 증가했습니다. 다른 어떤 논거가 필요하겠습니까. 저 자신 한 명의 중견기업인으로서 무한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다들 그러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고삐를 당겨 전진의 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나아가야 할 길은 계속 이어집니다. 전면 개정을 통해 현장이 체험할 수 있는 수준으로 ‘특별법’의 내실을 강화하고, 여타 모든 법령에 중견기업을 밀어올려 위상에 합당한 법·제도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海底를 걷는 듯했던 孤立의 시간들이었습니다. 국회와 정부는 물론 모두가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성정에 걸맞지 않게 기회를 만들어가며 여기저기 불쑥불쑥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기업이 무엇인지, 중견기업은 또 어떠한지 설명하고 호소했습니다. 높은 담장이 조금씩 허물어지면서, 말은 또 다른 말을 타고 공기의 질감을 바꿔내기 시작했습니다.

일거에 이뤄지는 일은 허약합니다. 논의 자체가 배제된 것으로 보였지만, 결국 지난 연말에는 중견기업을 포함한 모든 과세표준 구간의 법인세율이 1%씩 인하됐습니다.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중견기업 기준과 공제 한도가 확대됐고, 사후관리기간과 업종 유지 조건이 완화되는 등 가업상속공제제도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중견기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확산되어가는 징후이자 결과입니다.

많은 선배, 동료 기업인이 곁에 나란히 서주셨습니다. 중견기업들이 이뤄내는 높은 성취가 힘 센 동네 형처럼 뒤를 버텨주었습니다. 힘없는 저는 그저 앞에 서있었습니다. 여러분이 하셨습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중견기업인 여러분,

‘중견기업 특별법’이 일몰된다는 것은 우리의 법체계에서 중견기업이라는 존재가 완전히 사라지는 사태를 의미할 터였습니다. 여러 차례 말씀드렸듯 조세특례제한법상 중견기업 구간이 사라지면서 조세 부담이 급증하고, '특별법'의 중견기업 정의를 준용한 60여 개의 법령이 폐지되면 다종다양한 경영 애로가 폭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뿐입니까, 궁극적으로는 성장을 향한 중소기업의 의욕이 꺾이면서 기업 생태계는 황폐화를 모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 너머를 상상하는 것은 가히 공포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물론 ‘특별법’ 존치를 통해 중견기업이 원하는 것은 크고 작은 물적 혜택이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이를 통해 열어 나아갈 또 다른 발전의 계기, 새로운 성장의 기회, 국부 창출의 소명을 지속시킬 가능성의 공간이야말로 모든 중견기업인이 바라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중견기업인 여러분,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 할 것입니까.

‘특별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한 여야의 일치된 의견은 국민의 바람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하지 못한, 중견기업만이 이뤄낼 수 있는 기업의 理想型을 구축하라는 요청이자 명령입니다. 국가 존속을 위한 물적 토대를 굳건히 다지고, 사회 전반에 조화와 협력의 흐름을 회복시키는 데 중견기업의 내일을 걸어볼 만하지 않겠습니까.

중견기업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연결하는 가교이자, 역량 강화의 플랫폼입니다. 모든 기업은 규모와 관계없이 성장의 경로를 공유하는 협력 파트너임을 잊지 않는다면, 이른바 상생이란 서로의 성장을 앞장서 견인하는 선제적 노력에서 말미암는 무엇일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제8회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 역대 최초로 임석하신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자랑스러운 중견기업이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성장 사다리의 핵심’이라고 단언하셨습니다. 경제 재도약의 선두에서 새로운 성장 엔진의 핵심으로서 역할을 수행해 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국정 과제인 ‘특별법’의 상시법화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셨고, 여야의 협력을 통해 이내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중견기업의 신성장 동력이자 혁신 벤처와의 협력 거점인 ‘중견기업 도약 지원 펀드’는 지난 3월 9일 중견기업 중심으로 정책 자금을 투여하는 최초의 시도인 ‘제1차 중견기업 혁신 펀드’로 첫발을 뗐습니다.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의 역동성을 되살릴 호혜적 성장 모델로서 기업 간, 산업 간 혁신 투자와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눈 맑은 2세 경영자들 앞에 선 저는 말했습니다.

어려운 길이 될 것입니다. 초점을 고정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한 경영 환경의 변화는 굴러 떨어진 시시포스를 허락하지 않는 강고한 절벽으로 닥쳐오고 있습니다. 기업인을 향한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습니다.

폐허에서 일어선 한국 경제의 발전 과정에 일부 기업의 잘못이 없지 않았기에,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닙니다. 기업가 정신과 경영 노하우의 전수로서 기업 승계에 대한 인식마저 부의 대물림이라는 왜곡된 프레임에 갇혀 있는 현실입니다. 아무에게도 책임을 돌릴 수 없습니다. 직원들을 동원해 동네에 널린 쓰레기를 줍는 정도로는 하나의 마음조차 돌려세울 수 없을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대전환에 걸맞은 경영 혁신에 매진하는 한편,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과감한 혁신 투자로 이미 세계 수준인 기술 경쟁력을 또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할 것입니다. 수많은 청춘이 짊어진 짐을 나누고, 다시금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할 좋은 일자리들을 사회에 환원해야 합니다. 전 지구적 바이오스피어를 조감하는 거시적 안목으로 환경과 생태를 보살피고, 지역 공동체와의 공생을 적극 모색하는 과업도 외면해선 안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중견기업인 여러분,

가장 잘 하는 일을, 또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기업인으로서 내놓을 수 있는 일체의 해법은 바로 과거의 모든 도전과 실패, 성공의 기억이 축적된 지금 여기, 우리의 모습일 것입니다. 될수록 함께, 머리와 근육을 모아서 합시다. 아무 때나 툭 털고 여행이나 다니면서 여생을 보내지 않고, 왜 매일매일 이토록 힘겹게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하는지 끝내 설명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기업가정신이라고 할까요, 어쩌면 벤처,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에 이르는 기업인 전부의 세포에 뜨겁게 새긴 낙인입니다.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멈출 수 없는 걸 알고 있습니다. 멍에입니다.

19세기 독일 화가 Caspar David Friedrich가 그려낸 키 큰 방랑자의 뒷모습은 어쩌면 모든 기업인의 보편적 상징일지도 모릅니다. 높은 바위 위에서 깊은 안개가 물결치는 무상의 공간을 초연하게 조망하는 그를 저는 가끔 바라봅니다. 돌파하기 어려운 한계상황 앞에서 막막할 때가 많지만, 자연의 섭리가 떠나도 좋다고 허락하기 전까지는 결국 힘든 무릎을 짚고 일어설 도리밖에 없습니다. 세상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사회의 발전과 후대의 풍요를 위해 기업인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합시다.  

만나 뵙길 원합니다. 많이, 자주 지혜를 배우고, 용기를 청하겠습니다.


2023년 4월 4일
또 다시, 봄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최 진 식 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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