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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자금지원 보다 공정거래로 풀어라"

자영업ㆍ영세기업 어려움의 근본원인은 대기업 '갑질 횡포'



[산업경제뉴스=문성희 기자] 올해 1월 1일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정부가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기위해 '일자리 안정자금'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비용지원보다 대기업의 '갑질 횡포'를 막아주는게 더 먼저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이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인상되면서 최근 언론과 경제연구기관에서는 중소영세기업과 가맹점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결국 고용감소와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들에게 부담이 돌아 올 것이라는 보고서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업체들도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영세기업과 가맹점주들은 최저임금이 오른것보다 발주처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시도때도 없이 수시로 올리는 가맹수수료ㆍ원부자재비가 경영을 어렵게 하는 첫번째 이유라고 설명한다.

최저임금 인상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대기업과 가맹본사의 '갑질 횡포'를 먼저 막아달라는 하소연이다.    

■ 중소상인의 어려움은 인건비 보다 납품단가와 가맹수수료

인천에서 금형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60대 A씨는 연매출 50억원 가량에 직원 20명이 채 되지 않는 영세사업자인데 최저임금 인상과 정부의 안정자금 지원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다.

그는 “전체 매출의 10% 정도가 인건비로 나간다”며 “최저임금이 16% 올랐으므로 이를 그대로 반영해도 전체 비용은 1.6%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계산했다.

그의 회사는 몇년전 부터 직원 수를 줄이고 있는데 인건비 부담보다는 10년 동안 꼼짝하지 않는 납품단가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납품단가가 5% 밖에 오르지 않았다. 그것도 지난해 큰 난리를 치르고 나서 겨우 5% 올랐다"며 "그동안 생산량을 증가시켜 그나마 재료비와 인건비 상승을 커버했지만 갈 수록 버티기 힘들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사정은 프렌차이즈 가맹점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신내에서 치킨 가맹점을 하는 B씨는 "인건비는 전체 매출에서 10~15% 차지하지만 가맹본부로 부터 공급받는 닭 원가만해도 개당 2500원으로 매출의 30~40%를 차지한다"며 "여기에 포장지, 식기 등 부자재 까지 가맹본부가 지정하는 제품을 지정된 가격으로 사야하고, 또 여기에 건물 임대료까지 지불하고 나면 온 가족이 달라붙어도 1년에 2000만원도 가져가지 못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는 매출과 비용 타산이 안맞아 아르바이트는 파트타임으로 1명을 고용하고 부인과 딸이 가게에 나와 일손을 돕고 있는 형편이다.

■ 편의점 가맹본사 매출 2배 뛸동안 가맹점 매출은 16% 증가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제윤경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보면 가맹본사와 가맹점주의 매출과 이익 증가율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업종인 편의점 가맹본사 4곳의 매출액은 2010년 6조7621억원에서 2015년 14조5953억원으로 5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가맹본사의 영업이익도 2010년 2조803억원에서 2015년에는 4조4926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30%가 넘는다. 

반면, 편의점 가맹점주의 연매출은 2010년 5억650만원에서 2015년 5억8875만원으로 5년 동안 16.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통계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가맹점주들의 이익도 같은 기간 원재료비와 부자재, 임대료 등 비용이 꾸준히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거나 마이너스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 '갑질' 막지 못하면 '을'끼리 싸움으로 전락 "공정위 적극 나서라"

최근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과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많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일부 지자체가 직원 1인당 13만원을 지급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급하는 것 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는 소상공인의 상점가 적용 기준을 완화해 시설현대화 지원과 온누리상품권 가맹등록점포를 확대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산물 가격안정제도를 확대해 농업분야의 최저임금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을 도입했고 금융위원회는 소상공인에게 카드수수료를 인하하며, 국토교통부는 상가 임대료 인상폭을 5%로 제한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다양한 노력에도 현장에서는 알맹이 빠진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용이 늘어났으니 다른 비용을 줄여 주겠다는 정책은 이해가 되지만,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매출 자체가 멈춰진 상황에서 비중이 크지 않은 인건비를 보전해 주는 것으로는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얘기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도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원부자재비가 오르는데 1~3% 인건비 지원으로는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금형 생산업체 대표는 "납품단가가 2~3%만 올라도 최저임금 문제는 해결하고도 남겠지만 납품단가를 올려 줄 것 같지 않다"며 "결국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어 같이 일해 온 직원들과 다툼만 생기게 될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치킨 가맹점주도 "아르바이트 직원 1명도 마음놓고 고용하지 못하는 데 내가 낸 세금으로 다시 안정자금을 지원 받는건 의미가 없다"며 "가맹본사의 원재료비, 부자재비, 광고비 떠넘기기를 제대로 막아준다면 아르바이트 직원 시급 올려주는게 뭐가 그렇게 부담이 되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지난 11일 커피전문점 '빽다방'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을 가맹점주와 함께 나누자며 원재료와 부자재 공급가격을 품목에 따라 2~24% 인하했고 현대자동차는 지난 24일 하청업체의 임금인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500억원 상생펀드를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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