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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ㆍ칼럼

[역사완성] 지도자의 언어...아테네 페리클레스 어록(語錄)

“그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해서 정치가 그대를 무관심하게 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질박함 속에 미(美)를 사랑하며, 탐닉함 없이 지(知)를 존중한다. 
우리는 부를 추구하지만, 이것은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함 일 뿐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다. 
가난을 인정하는 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지만, 빈곤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함은 깊이 부끄러워한다"
 - 페리클레스의 연설문 일부

일본의 소설가 시오노 나나미 여사는 그녀의 저서 '로마인 이야기'에 아테네 정치인 페리클레스(BC 495~429)의 연설문 전문을 실었다. 이 연설은 펠로포네스 전쟁에서 희생된 군인들의 장례식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2500년 전의 연설이지만 참으로 품격이 있다. 그때문에 오랜 세월동안 전 세계의 정치가들이 그의 연설문과 언어를 수도 없이 인용하고 있다.

페리클레스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정치가이며 아테네의 황금시대를 연 인물로 역사는 평가하고 있다. 

장군의 아들인 그는 소피스트적인 교육을 받아서 철학적 사고하기를 좋아했고 웅변에도 뛰어났다고 한다. 또한 아낙스고라스, 소포클레스 등 당대 현인들과도 교분이 두터웠다고 한다.
    
로마의 철학자 플루타르코스는 그의 저서 '영웅전'에서 페리클레스와  그의 최대 정적이며 보수주의자였던 키몬(Kimon)과의 치열한 논쟁과 토론에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이들의 논쟁을 후세에 자세히 알려서 토론과 논쟁의 귀감을 삼기위함이다.  

페리클레스는 귀족출신이었지만 일반시민을 대변하면서 다수와 민의가 무엇인지를 유려한 언어로 표현했다. 결국 페리클레스는 키몬을 도편추방제도에 의해 민주적으로 몰아내고 개혁적인 민주화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아테네 황금기가 시작된 것이다.

"비록 소수만이 정책을 내놓을 수 있지만, 판단은 우리 모두가 할 수 있습니다"
   
외교적으로는 아테네를 스파르타의 펠로포네소스 동맹에 맞서는 댈로스 동맹의 맹주 위치에 올려놨다. 경제적으로는 동맹국에서 들어온 막대한 재화를 이용해 파르테논신전을 건립하는 등 아테네를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었으며, 모든 시민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등 그의 치세에 아테네는 최고의 번영을 누렸다

페리클레스는 동맹국을 지켜준다는 미명하에 돈을 뜯어내서 아테네 시민의 배만 불렸다는 혹평을 받기도 한다. 이런 평가에 대해 페리클레스는 "우리 시민들의 마음을 사기위해 동맹국들의 기금을 물쓰듯 썼을 뿐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는 어떻게든 명목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돈을 나누어 주고 심지어 연극을 구경만 해도 빵을 나눠줬다고 한다. 그의 자신감의 원천은 시민의 행복과 높은 지지율이었다.



페리클레스가 죽고난 후 아테네는 급속도로 몰락하고 결국은 스파르타에게 패권을 넘겨주고 만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가들은 이미 아테네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고 페리클레스가 잠시 늦추었다고 평가한다.

페리클레스의 공과는 분명히 역사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언어는 깊은 철학적 사고와 인격적 수양의 소산이라는 평가에 별다른 이견이 없고 지금까지도 많은 정치가와 학자들이 빌려쓰고 있다.

"우리의 정치체제는 다른 나라의 제도를 흉내 낸 것이 아니다. 남의 이상을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로 하여금 우리의 모범을 배우게 하는 것이다. 소수의 독점을 배격하고 다수의 참여를 수호하는 정치체제, 그 이름을 민주정치라고 부른다"

얼마나 품격이 있는가... 그 당시 페리클레스의 연설을 듣는 아테네 시민들은 얼마나 행복했고 진심으로 자신들의 지도자를 존경했을까...

요즘 국내 정치인들의 언어를 보면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상대진영을 공격하고 깍아내리기 위해서 시정잡배들이 사용하는 육두문자를 거침 없이 사용하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 계속 말을 번복하면서도 부끄러워 하지않는다. 정치가는 말로서 정치를 한다고 하는데 요즘 각종 매체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언어에는 품격도 국민들에 대한 존중심도 찾아볼 수가 없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했다. 무엇을 먹고 어떤 집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가 그 사람의 수준을 결정짓는다고 했다. 결국 말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평소에 품었던 마음과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일꾼이던 나라의 지도자던 그 사람의 언어에서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판단하는 것은, 그것을 선택하는 사람의 몫으로 돌아 갈 것이다.




[이 글의 내용은 산업경제뉴스와 무관한 필자의 의견입니다.]


■ 이완성 자유기고가ㆍIT전문가

STX중공업과 아남반도체 근무,

현재 IT컨설턴트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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