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13 (수)

  • 흐림동두천 22.1℃
  • 흐림강릉 22.0℃
  • 서울 23.8℃
  • 대전 21.8℃
  • 박무대구 24.1℃
  • 흐림울산 26.1℃
  • 흐림광주 21.6℃
  • 흐림부산 26.7℃
  • 흐림고창 21.7℃
  • 구름많음제주 27.8℃
  • 흐림강화 22.9℃
  • 흐림보은 22.2℃
  • 흐림금산 21.7℃
  • 흐림강진군 24.5℃
  • 흐림경주시 24.4℃
  • 흐림거제 25.9℃
기상청 제공

Research & Review

현대오일뱅크, IMF이후 20년만에 영업손실 발생

금융위기ㆍ셰일사태 때도 흑자유지...코로나에 결국 적자전환

[산업경제뉴스 문성희 기자]  2008년 금융위기와 2014년 미국 셰일가스 사태 당시, 다른 정유사들이 모두 손실을 냈을 때에도 나홀로 이익을 내며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였던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코로나19에는 결국 손실을 내고 말았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31일, 시장에 사업보고서를 공시했다. SK이노베이션과 S-OIL 등 상장사들은 진작에 잠정 실적을 발표했지만,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는 비상장회사이기 때문에 외감법인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에 맞춰 사업보고서를 공시했다.


현대오일뱅크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2020년에 13조6899억원의 매출과 5933억원의 영업손실, 35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시현했다. 지난해에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등 국내 모든 정유사들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에 현대오일뱅크의 적자전환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SK이노베이션은 2조5688억원의 영업손실을 시현했고, S-OIL이 1조877억원, GS칼텍스가 9192억원의 영업손실을 시현하는 등 정유4사가 모두 전례 없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가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IMF 사태가 발생했던 2001년 이후, 20년 만의 손실이라 다른 정유사의 손실 발생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영업손실 규모도 2001년에는 117억원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6000억원에 가까운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다른 정유사들은 IMF 이후에도 2008년 금융위기와 2014년 미국의 셰일가스 사태 때, 국제유가의 급락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었다. 


2008년 금융위기때는 배럴당 149달러였던 국제유가가 35달러까지 폭락했고, 2014년 미국이 셰일가스를 증산하자 이에 맞서 OPEC 국가들도 원유를 증산하면서 109달러였던 유가가 27달러까지 급락했다. 


이렇게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국내 정유사들도 이 시기에 모두 영업 실적이 크게 하락하면서 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 SK이노베이션은 1828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고, GS칼텍스는 4563억원, S-OIL도 28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영업환경 속에서도 현대오일뱅크만 홀로 226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다른 정유사들의 부러움을 샀었다.




이렇게 국제유가의 폭락에도 이익을 냈던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에 대규모 손실을 낸 것은 정제마진의 하락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산유국 간의 다툼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했을 때는,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석유 수요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때는 전세계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유가 하락과 함께 석유 수요도 급감해서 정제마진까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국제 정제마진은 지난해 5월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석유를 판매할 수록 손실이 나는 수준까지 떨어졌었고 1년 내내 배럴당 0.5 달러 수준을 밑돌았다. 


일반적으로 정유사들의 손익분기 정제마진은 배럴당 4 달러선으로 업계에 알려졌는데, 지난해에는 이러한 손익분기 수준을 크게 하회하는 정제마진이 1 년 내내 지속되면서, 금융위기와 셰일사태의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현대오일뱅크 마저 대규모 손실을 냈다는 분석이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해 1분기에 현대오일뱅크는 563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20년만의 손실'을 예고했었다. 


지난해 1분기에 발생한 영업손실은 이전에 매입해놨던 원유 재고에 대한 평가손실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이후에도 유가가 크게 회복되지 않으면서 평가손실이 모두 실제 손실로 연결됐다. 


이때문에 2분기와 3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132억원과 352억원에 그치면서 1분기 손실을 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적을 시현했다. 그리고 4분기에는 다시 78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연간 6000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기록하게 됐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지난해 초 코로나19와 산유국 증산경쟁으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대까지 급락하였으나, 2분기 말부터 OPEC의 감산 이행 및 미국 원유생산 감소, 글로벌 경제 정상화 기대감 등으로 지속 상승하여 2020년 말 기준 배럴당 49.8달러를 기록"했다면서,


"제품 마진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전 제품에서 약세를 보였으며, 특히 각 국가의 폐쇄 정책으로 인한 항공 산업 마비로 인해 항공유 마진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손실 발생 이유를 설명했다.

  



이렇게 국제 영업환경에 따라 회사의 수익이 큰 폭으로 널뛰기를 하면서, 정유사들은 원유수입처 다변화, 신시장 개척, 고도화시설 증설 등 유가와 정제마진 변화의 영향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 3월 미국에 휘발유 완제품을 수출하며 시장 확대에 나섰는데, 회사가 북미 지역에 휘발유 완제품을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그동안 석유 수출국이었지만, 지난해 텍사스에 불어 닥친 한파로 엑슨모빌, 쉐브론 등 다수 정유공장이 가동 중단 사태를 겪으며 석유제품 재고가 급감했고, 현대오일뱅크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북미권 시장을 새로 개척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규모 부두가 많아 대형 선박을 이용한 제품 하역이 용이하지 않은 일본은 회당 수출 물량이 제한적이라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최근 지진과 한파로 경제성이 높아지면서 소형 선박을 이용해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일본시장에 지난해 말부터 경유∙등유 등을 월 10만 배럴 내외 판매하고 있다. 이로인해 현대오일뱅크 전체 석유제품 수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 싱가폴 등에 이어 일곱 번째로 높아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러한 시장확대 외에도 생산 고도화에 오랫동안 투자해왔다. 지난해말 현재 일산 8만6천배럴의 중질유 분해시설 등을 보유하여 고도화율 41.1%를 확보했다. 업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회사는 고도화 시설의 안정적인 운영과 도입원유의 다변화, 신규 시장 개발, 생산성 향상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또한 정유 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양화하기 위해 유류저장, 윤활기유, 석유화학 등 다양한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신규 사업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함으로써 사업 환경 변화에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고, 추가 수익을 확보하면서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올해 전망에 대해서도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어 하반기에는 기존 수요인 일 1억 배럴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국제유가는 석유수요가 지속 증가하여 원유 수급이 안정화되면서 완만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제품마진은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되면서 경질유 제품을 중심으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올해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관련기사

Research & Review

더보기


ESG 기업 공헌활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