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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 도입 두고 정부 내 엇갈린 시선…산업계는 혼란

AI 등 전기먹는 하마 감당할 대안으로 SMR에 시선
더딘 대응, 미흡한 정책 등에 기술 개발 미뤄져선 안 돼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소형모듈원전(SMR)이 차세대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안전성과 유연성, 다양한 활용 가능성 덕분에 미래 에너지로서의 잠재력은 분명하지만, 기술적 현실과 제도적 장벽은 여전히 높다. 여기에 정부 내 정책 혼선까지 겹치며 산업계와 지역사회는 혼란을 겪고 있다. SMR이 실험실을 넘어 현실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정책의 일관성과 제도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 누적 투자 규모만 6,700억 달러에 달하는 황금시장

탄소중립의 기치가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존 화석연료 발전은 쇠퇴일로의 위기에 처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 역시 앞으로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처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SMR이다. 기존 원전 발전과는 다른 결을 지닌 SMR에 전 세계 기업들이 관심을 표명하며 사업화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진심인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관련 사업에 매달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AI 데이터센터용 무탄소 전력공급을 위해 테라파워를 공동 설립하고, 나트륨 냉각재 기반의 차세대 SMR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도 뉴스케일, X-에너지, 테라파워 등의 민간 기업들 역시 다양한 노형 개발에 나서고 있다. 


민간 중심의 개발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중국은 국가주도 전략을 통해 SMR 실증과 상업화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 고온가스냉각로형 SMR인 HTR-PM은 2012년 착공 후 2021년 세계 최초로 상업운전에 들어갔고, 125㎿e급 경수로형 ACP100은 2021년 착공해 2026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마무리 중이다. 동일 기술세대 기준으로 중국이 미국보다 약 8~10년 앞서 있다는 평가도 나올만큼 시장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물론 현 시점에서 어떤 방식이 더 낫다고 평가할 순 없지만 중요한 건 시장 선점을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 부분에서 본다면 현재 한국의 대응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의 필요성은 인지는 하고 있지만 정책 자체만 놓고 봐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6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신규 원전 2기와 SMR 1기 도입은 해야 한다”며 “공론화 과정을 거치더라도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계획은 2037~2038년까지 총 2.8GW 규모의 신규 원전과 0.7GW 규모의 한국형 SMR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장관은 “에너지 가격 안정과 안정적 전력 공급 측면에서 원전이 필요하다”며 “산업용 전기요금이 최근 몇 년 사이 60% 가까이 올랐고, 중국보다 1.3~1.4배 비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국내 건설과 수출은 다르게 봐야 한다”며 원전 정책의 이원화에 따른 부작용을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MR이 미래 에너지원으로서의 분명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인정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부의 공통된 의견은 아닌 모양이다.


◆ 제도적 과제와 수출 경쟁, 갈림길에 선 SMR

같은 달 9일, 기자들과 만난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신규 원전 건설 여부는 국민 공론화를 거쳐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고, 이재명 대통령도 9월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전은 실제 가동까지 15년이 걸리고 지을 부지도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 발언이 SMR을 꼭 집어 말한 것은 아니지만 SMR 역시 원전의 한 종류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현재 정부의 행보가 일관되지 못한 것만은 확실하다. 


이런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행보에 영향을 받는 것은 산업계다. 정책의 방향성에 따라 규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수익성 자체의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 애초에 사업 계획 자체를 잡는 것조차 망설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업의 진행은 꾸준한 편이다.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기업이 참여 중인 한국형 SMR(i-SMR)이 개발 중에 있는가 하면 정부는 2.4조 원 규모의 R&D 자금을 투입하고 42개 기관이 참여하는 SMR 얼라이언스를 운영 중이다. i-SMR은 2025년 설계 완료 후 2026년 표준설계인가 신청, 2028년 승인, 2033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다양한 기업들이 SMR 관련 기술 개발에 매달리며 시장 선점을 위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형편이다. 냉정하게 보면 아직 SMR 시장은 무르익지 않은 상황이다. 상용화를 논할 만큼의 기술적인 완성도를 구현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NuScale 프로젝트는 경제성 부족으로 인해 2023년 말 실증 사업이 취소됐고, 프랑스 EDF의 ‘뉴워드’ 프로젝트도 중단됐다. 현재 상업적으로 가동 중인 SMR은 중국과 러시아의 시범사업뿐일 정도로 설익은 기술력으로 인한 문제는 모든 국가의 공통적인 고민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기술력만 뒷받침된다면 언제든 시장의 지배자로 올라설 수 있는 환경이란 뜻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혼선을 빚고 있는 당국의 대처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기술 개발을 부추겨야할 제도의 미비 역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SMR 전용 안전기준을 마련 중이며 인허가 기간을 3년 이내로 단축하는 것이 목표지만, 기존 대형 원전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면 불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발목을 잡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SMR은 소형화로 인해 연료당 발전량이 적고 증기 온도가 낮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으며, 다수 병렬 설치 시 대형 원전과 유사한 폭발 위험이 존재한다는 우려도 있다. 핵폐기물 처리 문제 역시 기존 원전과 동일하게 남아 있다.


수출 전략 역시 복잡하다. 한국은 2030년까지 SMR 포함 원자로 10기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사우디·체코·유럽 지역난방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미국·중국·캐나다 등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일부 설계는 고농축연료(HALEU)를 필요로 하나 국내 생산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술력뿐 아니라 연료 공급망, 국제 협력, 외교적 신뢰도까지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


어느 하나 긍정적이지 못한 시그널인 셈이다. 그럼에도 SMR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미래 에너지원의 한 축으로 기능해야 할 장점이 다분한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밝힌 바에 따르면 오는 2050년까지 SMR은 1,000기 넘게 도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바로 SMR이다. 일관된 정책, 제도의 혁신이라는 바탕 아래 기술 개발에 매달려야 하는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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