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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비웃는 AI… 친환경 인공지능은 환상일까?

챗GPT, 질문 하나에 생수 한 병 전력 소모
대규모 전력 사용은 필연적으로 탄소 배출 불러
결국 AI는 도구일 뿐…어떻게 쓰느냐가 문제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지금은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다. 인간의 영역을 앗아간다는 공포감마저 불러일으킬 만큼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에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 응당 이뤄져야 할 시대적 흐름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그로 인한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시대의 한 축인 탄소중립과의 불협화음이 그것이다.


압도적인 능력에 비례하는 대규모 전력 사용, 그리고 그로 인한 탄소 배출 문제가 인공지능 산업계의 고민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대형 언어모델과 생성형 AI의 확산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를 급증시키며, 탄소중립 목표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 AI 확산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 급증

AI가 전기 먹는 하마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AI 기술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만 봐도 알 수 있다. 구글의 2023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은 전년 대비 17% 증가했으며, 총 3.5TWh(테라와트시)에 달했다. 이는 중소도시 전체가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에 맞먹는 수준이다. 


당연한 귀결이다. 데이터센터는 AI 연산을 처리하는 고성능 GPU를 운영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시스템에 추가적인 전력을 소모한다. AI 기술이 단순한 알고리즘이 아닌, 물리적 에너지 소비 구조를 동반한 기술로 평가받는 이유다. 


대규모의 전력 사용은 곧 그에 필적하는 탄소배출로 이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모되는 대부분의 전력이 여전히 석탄·LNG 기반으로 공급되고 있어, 친환경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 역시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다.


2024년 8월 공개된 AI 탄소배출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의 2023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1,430만 톤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이는 기준연도인 2019년(970만 톤)과 비교하면 48%나 급증한 수치다. 구글은 AI 기술의 확산과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같은 해 1,536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2022년 대비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한항공(1,189만 톤), 삼성전자(1,329만 톤)보다도 높은 수치로, AI 기술이 항공·제조업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AI 모델의 학습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도 무시할 수 없다. 챗GPT는 학습 과정에서 502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으며, 이는 1인이 100년간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 사용자가 하나의 질문을 입력할 때마다 평균 2.9Wh의 전력이 소모되며, 이는 500ml 생수 한 병을 끓일 수 있는 에너지에 해당한다.


반면, 일반적인 인터넷 검색은 약 0.3Wh의 전력을 소모한다. 결국 일상화된 AI 챗봇의 사용이 대규모의 에너지 소비를 부르고 이는 막대한 탄소 배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의미다. 어느 하나를 포기하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고민을 더욱 키우는 요소다. 


◆ 한국의 AI 산업, 탄소중립에 역행 중?

AI와 탄소중립의 예기치 않았던 대립이 문제시되면서 이의 해결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문제인 동시에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고민거리기도 하다. 한국 역시 AI 산업의 급성장과 함께 탄소 배출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2025년 4월 발표한 ‘AI 시대의 그림자’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AI 칩 제조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3만 5,900톤으로, 전년(5만 8,000톤) 대비 2.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산광역시의 연간 직접 배출량(2022년 기준 148만 톤)의 약 9%에 해당하는 수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AMD 등 글로벌 AI 칩 기업에 GPU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며, 동아시아 3국(한국·일본·대만)이 전 세계 AI 칩의 98%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 바로 탄소 배출량의 획기적인 증가다. 이들 국가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낮고, 특히 한국은 전력의 58.8%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어, AI 산업의 확장이 곧 탄소 배출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




이를 저감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국내 전력망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실질적인 전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은 RE100(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수립과 실행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이행률은 낮은 편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사용률이 12.6%에 불과했으며, SK하이닉스는 2023년부터 RE100 가입을 선언했지만 실상은 선언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정부 역시 AI 산업의 전력 수요 증가를 반영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설비를 2038년까지 1.6배 확대하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급증한 전력 수요에 대처한다는 발상은 좋지만 그로 인한 탄소 배출 증가는 제어하지 못한 이 계획이 탄소중립 목표와 상충되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섣부르게 판단한다면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입장일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언급되는 것이 바로 19세기 경제학자 윌리엄 제본스가 제시한 ‘제본스 패러독스(Jevons Paradox)’다. 


그는 석탄의 효율성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석탄 소비가 늘어난다고 주장했는데, 오늘날 AI 기술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는 것. 예컨대, AI 모델의 학습 비용이 낮아지고 응답 속도가 빨라질수록 더 많은 사용자가 더 자주 AI를 활용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전체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은 증가한다. 친환경적일 거라는 기대를 받은 기술이 사용량 폭증이라는 반작용 앞에서 무력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역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환경 전문가들은 AI 기술 자체보다 사용 방식과 운영 구조가 탄소중립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면서 AI를 무분별하게 확산시키기보다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디지털 절제’ 문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또한, AI를 활용해 에너지 최적화, 재생에너지 예측, 기후변화 대응 등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술을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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