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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 기후위기 시대 농업의 생존 전략 급부상

세계 스마트농업 시장 2020년 138억 달러에서 2025년 220억 달러 확대
청년 증발한 농촌 살릴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비용 부담이 발목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기후위기의 충격은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2025년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됐다.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가 일상화되면서 농업은 가장 직접적인 피해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생산량 감소와 품질 저하, 농촌 고령화까지 겹치며 농업의 지속가능성은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팜은 단순한 생산성 향상 기술을 넘어, 환경 위기 속에서 농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 안정적인 생산 담보하는 스마트팜, 성장속도도 가팔라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온도와 습도, 양분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기존 농업이 자연환경에 크게 의존했다면, 스마트팜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네덜란드 농업혁신연구소(Wageningen University)가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스마트팜은 물 사용량을 90% 가까이 줄이고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스라엘 농업부 역시 2024년 보고서에서 척박한 환경에서도 스마트팜을 통해 안정적인 농업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두 나라는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글로벌 식량 위기 대응에도 기여하는 사례로 꼽힌다.


국제 시장에서도 스마트팜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이 2024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농업 시장 규모는 2020년 138억 달러에서 2025년 22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9.8%에 달하며, 특히 정밀농업 분야는 2025년까지 110억 달러 이상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ICT, 빅데이터, 로봇 자동화, 블록체인 유통관리 등 첨단 기술이 농업에 본격적으로 결합하면서 나타나는 변화다.




국내에서도 스마트팜은 농업 혁신의 핵심 과제로 자리 잡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 12월 발표한 ‘스마트농업 육성 기본계획(2025~2029)’에서 전국 온실의 35%를 스마트팜으로 전환하고, 주요 밭작물 주산지의 20%에 스마트농업 기술을 적용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같은 해 7월 시행된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이러한 정책 추진의 법적 기반이 되고 있다. 정부는 스마트농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전문교육기관을 확대하며, 스마트농업관리사 자격제도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충남도가 2일 발표한 ‘태안 씨드팜 1호 조성 사업’은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177억 원을 투입해 스마트 재배동과 관리동, 가공·유통시설을 갖춘 미래형 농업 거점을 조성하는 이 사업은 기획재정부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 8호 사업으로 선정되며, 농업이 첨단 산업으로 전환되는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 수억 원대 설치비 등 초기 투자 비용 커 보급 확대 애로

그러나 스마트팜의 확산에는 여러 장애물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초기 투자 비용이 크다. ICT 장비와 센서, 자동화 시스템, 데이터 관리 플랫폼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팜 시설은 수억 원대의 설치비가 필요하다. 소규모 농가가 대부분인 한국 농업 현실에서 이는 보급 속도를 늦추는 가장 큰 요인이다. 


또한 농촌 고령화로 인해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농민이 많다. 전문 인력과 교육 체계가 부족해 현장 적용이 더딘 상황이며, 정부가 스마트농업관리사 자격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것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데이터 관리와 표준화 문제도 걸림돌이다. 스마트팜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농가별로 시스템이 달라 호환성이 떨어지고 데이터 보안 문제도 제기된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초고속 인터넷망이 필수인 만큼, 일부 농촌 지역의 인프라 부족도 확산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다. 생산성이 높아져도 판로가 확보되지 않으면 농가의 실질적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가공과 유통까지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지만, 아직은 일부 지역 사업에 국한돼 있다.


이러한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정부는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보조금과 융자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민간 기업은 농가 맞춤형 소형 스마트팜 솔루션을 개발해 비용 부담을 낮추고 있다. 농촌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과 연구기관이 스마트농업 전문 교육 과정을 신설하고,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늘어나고 있다. 


데이터 표준화와 보안 문제는 국가 차원의 통합 플랫폼 구축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농촌 인프라 개선을 위해서는 초고속 인터넷망과 전력망 확충 사업이 병행되고 있다. 유통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단위의 스마트팜 클러스터와 가공·유통센터를 연계해 생산에서 소비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팜이 기후위기 시대 농업의 생존 전략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장 확산을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과 인프라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 관계자는 “스마트팜은 청년층을 농업으로 끌어들이는 중요한 매개체이지만, 초기 비용과 기술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확산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민간이 함께 투자와 교육, 인프라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팜은 결국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에 농업이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이자 환경과 경제를 동시에 살리는 길이다. 한국이 추진하는 스마트팜 정책은 단순히 농업을 현대화하는 수준을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국제적 흐름과 국내 정책이 맞물리며, 스마트팜은 앞으로 농업뿐 아니라 환경과 사회 전반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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