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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포스코미술관, 송필 '레퓨지아를 찾아서'

삶의 숭고함, 생의 근원, 생명의 순환, 생의 의지 등 희망의 메시지



[산업경제뉴스 박진경 기자]  포스코미술관이 2023년 12월 6일부터 2024년 1월 16일까지 송필 작가 개인전 <레퓨지아를 찾아서>를 개최한다. 삶에 대한 숭고함과 경외를 담고 있는 조각작품을 통해 생의 근원에 대한 철학적 고찰과 생명의 순환을 탐구해 보고, 생명체의 꺾이지 않는 생의 의지로부터 오는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해 본다.


포스코미술관 2023년 마지막 초대 개인전은 송필 작가의 <레퓨지아를 찾아서>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현대 유랑민을 표현했던 자신의 기존 작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류학적 관점과 서사를 더욱 확장하고, 인간 삶에 대한 사유를 깊이 탐구한 조각·설치작업물 총 19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작품들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나무의 형상들이다. 작가는 작품을 만들 때 주로 휴양림에 버려진 나목과 나무껍질을 이용해 작업의 기본 틀로 삼았다. 그가 버려진 나목으로 표현하고자 한 건, 바로 죽은 듯 메마른 고목처럼 인간의 본질을 상실한 시대, 존재 의미가 물화되는 위태로운 오늘날. 하지만 죽은 나무 사이를 뚫고 기적처럼 피어난 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와중에도 살아보고자 하는 희망에 기댄 길, 결국 우리 ‘삶의 여정’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에 그가 전시에서 펼쳐 보이는 레퓨지아를 통해, 우리는 개인 삶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삶의 의미와 방향성을 고찰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레퓨지아(Refugia)는 과거 지구 대부분 지역에 추위가 덮친 빙하기 때, 광범위하게 분포했던 생물체가 빙하의 영향을 피해 소규모 집단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장소를 뜻한다. 이처럼 대륙 전체의 기후변화기 이후에도 다시 수많은 동식물종이 유지되고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지구 곳곳에 레퓨지아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또한, 기후변화로 인간의 삶이 점차 위협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기아와 질병이 덮치지 않은 적이 없었고, 어지러운 정치와 전쟁으로 인간은 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다시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곳곳에 피난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환란(患亂)을 당한 사람들의 피난처도 지리학적 의미의 레퓨지아와 같은 역할을 한다. 레퓨지아는 인간이라는 생물 종에게도 계속성(繼續性)을 담보하는 곳이며 레퓨지아를 찾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절실한 일이다.

작가 송필은 인간과 삶의 문제를 주제로 조각 작업을 한다. 동물의 가죽을 재조립해 권력의 어두운 이면과 소외된 인간의 모습을 투영하고, 찌그러지고 구겨진 건축물과 상징물 조각으로 자본주의의 파괴와 폭력성을 들춰왔다. 2010년경부터는 초식동물 형상으로 인간 삶을 은유하는 작업을 이어 나갔다. 거대한 돌덩어리를 등에 올린 낙타로 인생의 무게를 짊어진 인간 삶 속 여정을 표현해낸 것처럼. 이처럼 작가는 존재론적 시선으로 현실 뒤에 숨은 본질과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며 우리로 하여금 각자 삶과 인생에 대해 질문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레퓨지아를 찾아서>, 희망의 빛을 향해 떠나는 삶의 여정

강정하(금호미술관 선임큐레이터) 평론 글 中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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