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7 (일)

  • 맑음동두천 32.0℃
  • 맑음강릉 33.9℃
  • 맑음서울 32.7℃
  • 맑음대전 32.8℃
  • 맑음대구 31.6℃
  • 맑음울산 31.0℃
  • 맑음광주 32.3℃
  • 구름조금부산 31.5℃
  • 맑음고창 33.1℃
  • 구름조금제주 29.9℃
  • 맑음강화 30.8℃
  • 맑음보은 30.5℃
  • 맑음금산 30.8℃
  • 맑음강진군 33.3℃
  • 맑음경주시 31.9℃
  • 구름조금거제 29.1℃
기상청 제공

기후 · 에너지

넷제로 제트기류에 휘말린 항공산업, SAF가 답이다

성장 가능성 높지만 높은 인프라 구축 비용 등이 부담
세액 공제 확대·보조금 등 민간 투자 지원할 정책 시급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탄소중립이란 이름의 난기류를 만나 흔들리고 있는 항공 산업이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는 가운데, 그 중심에 등장한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 이하 SAF)가 해답을 제시해 줄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다.


넷제로를 달성하는데 무엇보다 SAF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그와 관련된 다각적인 움직임들이 항공업계 도처에서 발견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의 SAF 사용 의무화 등이 그것으로 이를 통해 항공산업이 넷제로 돌풍에 좌초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우리 역시 이 대열에 동참하는 모양새지만 정책의 부재와 생산 설비 부재 등 기술적 미비로 인한 고충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 세계 최대 항공유 수출국 명성 무색.. 경쟁국 뒤따라잡기 쉽지 않아 

식물성 오일, 폐식용유, 바이오매스 등에서 추출한 SAF가 주목받는 이유는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데 있다. 항공 운항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는 친환경 항공 연료이기 때문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까지 항공 산업의 탄소 순배출 제로 달성을 목표로 SAF의 핵심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주목을 끈 SAF는 향후 그 활용도가 더 커질 전망이다. 올해부터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SAF 사용 의무화가 본격 시행되는 등 이와 관한 가이드라인이 속속 등장함에 따라 우리 역시 이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먼저 유럽연합은 오는 2025년부터 항공유에 SAF를 2% 혼합하는 것을 의무화하며, 2050년까지 혼합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미국은 SAF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갤런당 최대 1.75달러의 세액 공제를 제공하며, 기술·인프라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도 2030년까지 SAF 혼합률 10% 달성을 목표로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KLM, 에어프랑스, 유나이티드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은 이미 SAF 기반 장거리 운항에 착수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SAF 도입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3년 GS칼텍스와 손잡고 SAF를 활용한 시범 운항을 실시했으며, 정부는 2027년부터 국제선 항공편에 SAF를 1% 이상 혼합하는 것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처럼 전세계가 SAF 도입을 의무화하면서 관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은 필연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세계 최대 항공유 수출국인 한국이 시장 선점을 위해 나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사정은 여의치 않다. 세계 최대 항공유 수출국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현재 한국은 SAF 산업에선 경쟁국에 비해 몇 발짝 뒤처진 상태기 때문이다. 


◆ 항공유 시장에서의 SAF 비중은 0.5% 정도에 불과

경쟁국에 비해 이 시장에서의 지배력이 낮은 건 사실이지만 아직 낙담하기는 이르다. SAF 시장 자체가 극히 미미한 때문이다. 높은 시장 형성기로 생산 규모가 제한적이며 가격 변동성이 높은 때문에 2023년 기준 전 세계 항공유 시장에서의 SAF 비중은 약 0.5%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의 상황이 그렇다는 것이지 앞으로도 이 상태가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시장 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에 따르면 전 세계 SAF 시장은 2024년 약 17억 달러에서 2034년 약 746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46.2% 수준의 연평균 성장률을 예상할 정도로 향후 증가속도가 가파르다. 특히 국제민간항공기구의 장기 의무화가 시작되는 2027년 이후에는 급격한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한 세계 각국의 발빠른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SAF 시장의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고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세액공제와 직접 보조금을 병행하는 등 다각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이 그것이다. 이에 반해 국내 SAF 산업은 아직 제도 기반과 인프라 모두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민첩한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손을 놓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SAF의 보급과 확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관련 법적 제도와 지원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먼저 정부는 SAF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기 위해 2024년 1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을 개정하고 SAF를 신규 바이오 연료로 추가하였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 기업들은 증가하는 국내외 SAF 수요에 대응하고자 전용 공장 건설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대부분 2030년 이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견 희망적인 부분이지만 현재로선 부정적인 징후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 도입 당위성 존재함에도 현실적 어려움 다분해

냉정하게 보면 현대 국내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일단 전용 SAF 생산 설비가 부재하고, 원료 확보와 가격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것이 그것이다. 시장이 미성숙한 상태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당장 SAF를 생산하는 주요 시설 중 하나인 HEFA(Hydroprocessed Esters and Fatty Acids) 공장 건설에 드는 비용만 해도 상상 이상이기 때문이다. 연간 25만-30만 톤 규모의 공장 구축에 드는 비용이 대퍅 1조원에 가깝다. 


주요 원료인 폐식용유나 바이오매스 확보도 쉽지 않다. 특히 저탄소 인증 시스템의 미비와 정부 차원의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부족 등은 SAF 확산의 속도를 늦추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은 SAF 도입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유다. 한 저비용항공사(LCC) 관계자는 “정유회사가 SAF를 만들든, 해외에서 들여오든 국내에 인프라가 생겨야 실제 사용이 가능하다”며 “지금은 SAF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에너지업계 역시 SAF 생산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SAF는 충분히 만들 수 있지만, 항공사들이 제값을 내지 않으려 한다”며 “수요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SAF 도입은 기술과 정책, 그리고 산업 간 협력이 맞물려야 가능한 과제다. 정부는 2027년부터 국제선 SAF 혼합 의무화를 추진 중이며, 정유 4사가 SAF 전용 합작공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은 세계 1위 항공유 수출국이다. 이 강점을 살려 SAF 생산과 수출의 거점 국가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기술 개발을 통한 산업 생태계 조성이다. 민간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저탄소 인증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국제 경쟁력도 확보해야 할 때다.



Research & Review

더보기


환경 · ESG

더보기


PeopleㆍCompany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