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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시대]③ 그린 수소 시대 여는 수전해 기술의 현재, 그리고 미래

수소경제 시대의 핵심 수전해 기술 확보 위해 각축전 과열
낮은 경제성, 떨어지는 에너지 효율 극복이 성패 가를 것



물을 에너지로 활용한다는 발상은 SF소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허황된 이야기였다. 그게 가능하다면 더 이상의 에너지 걱정은 없을 일이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허황된 그 에너지가 현실로 나타났다. 물에서 끌어난 에너지, 바로 수소 에너지다. 이번 연재는 수소 기술의 진화와 글로벌 동향, 정책의 방향성과 산업의 실제 변화 양상을 면밀히 조망하며 수소시대의 실체에 다가가려는 시도다.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에너지 질서 속에서 수소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그리고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 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담길 예정이다. <편집자 주>



[산업경제뉴스 민경종 기자] 인류가 탄생한 이후,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지속되었던 고민은 바로 효율적인 에너지원의 확보였다. 땅 위의 나무가 베어져나가고 지중의 석유와 석탄을 끊임없이 채굴해왔던 이유다. 덕분에 산업이 발전하고 인류의 삶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지만 그럼에도 고민은 여전하다.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는 기존 에너지원의 한계성이 첫 번째였고 이후 그로 인한 환경오염이 지구를 갉아먹음을 좌시할 수밖에 없던 것이 두 번째다. 리런 고민들을 날려보낼 묘안이 바로 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기존 에너지원과 비교한다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물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해낼 수 있다면 앞선 고민들이 한번에 쓸려갈 일이기 때문이다. 그린 수소가 급부상하는 배경인 동시에 앞으로의 시대를 수소경제가 지배할 것으로 예측하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물을 전기로 분해해 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은 향후 인류사를 새롭게 쓸 역사적인 사건이라 할 것이다. 세계 각국이 그린 수소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수전해 설비의 대규모 구축에 나서는 지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그를 위해 준비해야 할 과업이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 온실가스 배출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운 그린수소

화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수전해 기술은 그리 놀라운 것도 아니다. 물을 구성하는 H₂O 분자를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재 수소경제를 이끄는 일차적인 동력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거스르는 움직임이 발생되는 경우다.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얻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이것이 주류로 대접받았다. ‘그레이 수소’가 이에 해당한다. 이 그레이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 포집을 병행한다면 ‘블루 수소’로 분류된다. 


이렇게 해도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이 수반된다는 것이 고민의 시작이다. 그린 수소가 부상하는 것은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수소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이산화탄소 배출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말 그대로 무해한 에너지원의 등장이다. 지구를 병들게 하지 않는 완벽한 형태의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그린 수소를 향한 각국의 움직임은 구체적이고 활발하다. 유럽연합(EU)은 REPowerEU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연간 1천만 톤의 그린 수소 생산을 목표로 삼고, 이에 따라 수전해 설비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독일은 자국 내 풍력발전을 활용한 수전해 설비 확대는 물론, 노르웨이나 스페인 등과의 국제 협력을 통해 수소 무역 기반도 마련 중이다.


한국과 일본 역시 수소경제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한국은 알칼라인 방식, 고분자전해질(PEM), 고온수전해(SOE) 등 다양한 기술 개발을 추진하며 울산과 창원, 평택을 중심으로 실증 클러스터를 구축 중이다. 수전해를 통한 국내 수소 자립도를 높이는 동시에, 관련 인프라와 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 선진 기술 개발과 함께 탄탄한 인프라 구축 병행 시급

무한대에 가까운 공급처, 탄소중립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특성을 지닌 그린 수소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어찌보면 정해진 수순에 가깝다. 그럼에도 아직 그를 향한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한 것은 결국 수전해 기술의 상용화를 이루지 못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의 여정을 살펴보면 수전해 기술의 상용화에는 여러 현실적 장벽이 존재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높은 생산비용이다. 현재 수전해 방식으로 만든 그린 수소는 기존 그레이나 블루 수소보다 2~4배가량 비싸며, 대규모 설비를 구축하려면 상당한 초기 투자자본이 필요하다.


또한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고민이 따른다. 전력을 수소로 바꾸는 전환 과정에서의 손실이 커서, 시스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선이 시급하다. 여기에 더해, 수전해 과정에 사용될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공급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태양광이나 풍력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일정한 품질과 출력의 전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와 함께 수전해 장치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들—특히 고가의 백금이나 이리듐 등의 촉매—에 대한 수급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소재 내구성과 가격, 그리고 국산화 여부는 향후 수소 생산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수전해 기술의 본격 확산을 위해 기술 개발과 정책 지원, 그리고 인프라 구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고효율·저비용의 수전해 시스템을 개발하고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실증적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정부 차원의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그린 수소 생산에 대한 보조금이나 탄소 크레딧 지원, 공공기관 중심의 수소 구매 확대 등으로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


더불어 수소의 저장·운송·유통을 아우르는 통합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며,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과의 수소 수입·공동 개발 전략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기술과 자원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국제 협력의 실질적 기반이 될 수 있다.


그린 수소 시대를 여는 수전해 기술은 이제 단순한 미래 기술이 아니라 지금 바로 실천 가능한 에너지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수전해는 기술 혁신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결단이 동반되어야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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