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플레이션은 기존의 애그플레이션(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이나 슈거플레이션(설탕 가격 급등으로 인한 식품 물가 상승)처럼 특정 원인에 따른 물가 상승을 설명하는 신조어다.
일반적인 인플레이션이 통화량 증가로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뜻하는 반면, 기후플레이션은 이상기후로 인해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이다.
기후플레이션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분야는 농업이다. 폭염·가뭄·홍수 등 기후 악화로 농산물 작황이 부진해지면, 공급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게 된다.
![[사진=셔터스톡]](http://www.biznews.or.kr/data/photos/20250730/art_17530772718949_2ce243.jpg)
이처럼 기후 위기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본격화되자, 이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도 발표됐다.
한국은행은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국은행 물가연구팀의 조병수 차장과 민초희 조사역이 발간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온 상승은 단기적으로 국내 인플레이션의 상방압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폭염 등 일시적으로 기온이 1℃ 상승하는 경우 농산물 가격 상승률은 0.4 ~ 0.5%p, 전체 소비자 물가 지수 상승률은 0.07%p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점진적으로 기온이 상승하는 온난화의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1℃ 기온 상승 충격이 1년 간 지속된다고 가정해 분석한 결과, 1년 후 농산물 가격 수준은 2%, 전체 소비자물가 수준은 0.7%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향후 탄소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인플레이션 장기 영향을 시산한 결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2040년까지 농산물 가격은 대략 0.6 ~ 1.1%, 전체 소비자물가는 0.3 ~ 0.6%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더해 글로벌 기후변화로 인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간접 효과를 감안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국내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이상의 분석 결과를 종합해보면, 기후변화는 단기적인 물가 상승 압력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국내 인플레이션 동학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흐름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물가 불안정 현상이 이미 현실화 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가뭄으로 올리브유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어 글로벌 가격이 2배 이상 상승했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가뭄으로 로부스타 커피 가격이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또한 서아프리카에서 가뭄으로 코코아 가격이 급등해 제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가격은 그대로 두고 양을 줄이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기후 위기로 인한 물가 상승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기후플레이션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기후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후 위기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는 기후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다각도로 수립하고, 중장기적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국가적으로 기후 위기 적응 강화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환경부는 제 3차 국가 기후 위기 적응 강화 대책을 수립해, 미래 기후 위험을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사회 전반의 적응 기반을 구축하고, 모든 적응 주체와의 협력을 통해 기후 위기 적응 대책을 추진해 가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개개인 역시 일상 속에서 기후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실천을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
기후플레이션은 더 이상 가상의 개념이 아니다. 일상의 밥상 물가부터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현실이 되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은 환경을 넘어 곧바로 우리가 직면한 ‘생계’의 문제임을 인식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