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밀어닥친 한파, 냉장고 전원 꺼진 북극 탓?

  • 등록 2025.02.11 1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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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이 놓아버린 찬 공기가 한국 상공을 뒤덮어 한파 맹위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동장군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을 무색케하는 맹추위가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는 상황이 그를 잘 보여주고 있달까. 겨울이니 그게 당연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겨울이 갈수록 더 추워진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느낌상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검증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겨울은 길어지고 있다. 더 추워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근거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따뜻해진 북극이다. 한국과는 동떨어진, 지구 반대편의 온난화가 우리 겨울을 얼어붙게 만드는 이유는 뭘까. ‘고장’난 북극의 냉장고를 왜 고쳐야 하는 것일까. 

◆ 20도 이상 상승한 북극 빙하가 녹으면 일어나는 일
지구 온난화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 가까이 올랐다는 보고가 도처에서 발견될 정도로 온난화의 급속한 진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몰고 올 비극의 규모는 상상 이상일 거라는 연구를 새삼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갖가지 기후 재난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다.

그런 지구온난화의 실상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 바로 북극이다. 북극은 지구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미 북극의 기온은 평년보다 무려 20도 이상 높아졌다. 역사가 기록된 이후, 절대로 녹지 않았던 북극의 빙하가 자칫 녹을 수도 있다는 보고까지 나올 정도로 북극의 온도는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사실이다. 북위 87도에서는 영하 1도까지 상승해 얼음이 녹는점에 근접했다는 충격적인 관측도 뒤따랐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해빙이 줄어들면 햇빛 반사율이 낮아지고, 바다의 열 흡수량은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북극 상공의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평소 북극에 갇혀 있던 찬 공기가 남하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것이 ‘극소용돌이 붕괴’다. 

극소용돌이 붕괴는 중위도 지역에 한파를 초래한다. 북극이 따뜻해질수록 중위도의 한파가 가속화된다는 의미다.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하는 겨울 폭풍과 정전 사태의 원인이 극소용돌이 붕괴라는 연구도 있다. 이와 더불어 북미에서는 영하 30도 이하의 혹한이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를 정도다. 이 모든 것이 북극의 온도상승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또한 북극 해빙이 줄어들면 지각의 압력 변화로 인해 화산 활동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빙하가 누르던 지각이 이완되면서, 남극과 안데스산맥 등지의 휴화산들이 폭발적 분출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 단순한 기후 문제 넘어 경제까지 뒤흔드는 중대사안
북극의 해빙 감소가 심각성을 띠는 것은 단순히 기후 문제로만 치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데 있다. 생태계에 가하는 위협 역시 서둘러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북극에서는 북극곰, 바다표범 등 해빙 위에서 사냥하는 생물들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으며, 북극곰의 체중 감소와 번식 실패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도 문제다. 해빙의 가속화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메탄가스가 방출되고, 이는 이산화탄소보다 25배 강력한 온실가스로 작용해 온난화를 가속화하기까지 한다.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북극 빙하의 해빙이 불러온 해수면 상승은 해안 도시의 침수 위협을 높이는 일차적인 효과를 불러온다. 또한 농업·어업·물류 산업에도 즉각적인 타격을 가하게 된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해수면이 최대 1m 상승할 수 있으며, 이는 전 세계 8억 명 이상의 거주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렇듯 전 세계가 북극의 이상기후에 따른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당연히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한반도는 북극 기후 변화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중위도 지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북극 해빙의 감소는 시베리아 고기압을 강화시키고, 제트기류를 남하시켜 한국에 극심한 한파를 유발한다. 이번 겨울이 그 증거다. 

수시로 영하 20도에 달하는 체감온도를 겪었던 사례가 그렇고 이 때문에 수도권의 교통과 산업 활동에 극심한 지장을 가져온 것도 그를 증명한다. 북극 해빙의 급격한 감소가 지구 반대편 한반도를 삼킬 정도로 지구는 이상기후 앞에서 무기력한 존재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북극 온난화가 현재의 추세를 이어간다면 한국의 겨울은 기상 관측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불규칙성을 띠게 될 것이라고 한다. 양상 역시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달을 확률이 높다. 

이 모든 것이 낸장고의 전원을 꺼버린 북극에서부터 비롯되는 일이다. 지구의 냉장고 북극이 찬 공기를 가두지 못하고 문을 열어놓는다면 또 한 번의 빙하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손영남 기자 son361@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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