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난민 리포트] ①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기후위기..확산일로에 선 기후난민

  • 등록 2025.01.07 17: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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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받지 못하는 불청객 전락.. 난민 10억 시대 우려도



가뭄과 폭염, 산불과 홍수라는 자연의 공습으로 살 곳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평생 머물러왔던 삶의 터전을 버리고 ‘기후난민’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그런 그들을 감싸안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법과 제도가 정비되지 못한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소외되고 외면받기 십상인 기후난민들이 처한 현실과 국제사회가 보여주는 차가운 홀대를 살펴보고자 한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에서 살아남고자 발버둥치고 있는 기후난민들의 힘겨운 발걸음을 따라가본다. <편집자 주>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1951년 유엔 난민 협약이 규정한 바에 따르면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로 인해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어 자국 밖에 있으며, 그 나라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받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을 의미한다.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는 대가로 실질적인 거주의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이 매해 수천만 명에 달할 정도로 그 규모가 적지 않다. 이로 인한 파장은 급기야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난민 수용을 둘러싼 각국의 잡음이 그것. 이제 난민은 더 이상 국지적인 이수가 아닌 전 지구적인 논란거리로 등극한지 오래다.


여전히 이에 관한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기후난민이라는 새로운 이슈까지 등장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 가뭄, 폭염, 산불, 홍수 등 극단적인 기후현상으로 유랑민으로 전락해버린 이들이 늘어나면서 국제 사회의 고민의 가중되고 있는 것. 그곳엔 따뜻한 인도주의는 없다. 단지 저마다의 이익만이 존재할 뿐이다. 


◆ 2050년까지 최대 10억 명까지 증가할 수 있어

기후난민의 공식적인 등장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1985년, 유엔환경계획(UNEP)의 전문가 에삼 엘 힌나위가 처음으로 ‘기후난민’이라는 개념을 정의하며 그 존재를 알린 기후난민은 일반적으로는 ‘현저한 환경 파괴로 인해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전통적인 서식지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단지 그것뿐이라면 굳이 그들을 난민이란 용어까지 써가며 대접할 이유는 없다. 그들을 난민으로 규정하는 이유는 ‘기후위기로 임박한 위험에 직면한 사람을 강제로 본국에 송환할 경우 인권 침해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한 유엔의 언급이 있었기에 가능해진 일이었다.


정해진 수순이었다. 갈수록 늘어나는 기후난민들을 그대로 방치했을 경우, 불거지는 각종 논란들을 처리하는 것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거라는 판단 때문이다. 경제평화연구소(IEP)는 편재의 기류를 감안한다면 기후난민의 규모는 2050년까지 수억 명에서 최대 10억 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2020년 1월 20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가 기후변화로 인한 강제 이주자에 대한 보호 필요성을 인정하며, 기후난민을 사실상 국제 인권법상 보호 대상에 포함시킨 첫 사례가 등장하기에까지 이른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기후난민 처리를 두고 각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 전쟁 난민보다 더 많은 기후난민, 전체의 절반 넘어

기후난민의 심각성은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다. 국제기구인 자국내난민감시센터(IDMC)의 보고서에 따르면, 홍수·가뭄·폭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이재민 수는 2022년 기준으로 약 3,260만 명에 달한다. 같은 해 기록된 전쟁난민 2,830만 명보다 400만 명 이상이 더 많다. 


전체 난민 중 절반 이상(53%)헤 해당하는 것으로 현재 기후난민이 얼마나 빠르게 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홍수로 인한 이주다. 파키스탄 대홍수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가 대략 800만명에 달할 정도로 홍수 피해는 극심하다.


그러나 단지 그것뿐만인 것은 아니다. 기후난민을 발생시키는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브라질,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등에서 대규모 홍수를 야기한 원인으로 꼽히는 라니냐 현상의 장기화가 가장 첫손에 꼽히지만 이와는 반대로 가뭄 역시 기후난민을 발생시키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


우기임에도 불구하고 6년 연속 가뭄을 기록한 아프리카 동북부 지역 주민 220만 명이 이주를 선택한 것이 그 증거다. 소말리아의 경우는 그 정도가 격을 달리했다. 가뭄으로 인한 사망자가 한 해에만 4만 3천명에 달했다.


아예 국가 전체가 소멸 위기에 처한 사례도 있다. 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을 억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측대로라면 2060년경 전 국토가 바닷물에 잠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후난민은 일시적 이재민이 아닌,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국제이주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2050년까지 최대 10억 명이 거주지를 떠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세계은행은 1억 4천만 명 이상이 국내에서 강제로 이주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약 1/8에 해당하는 수치다.


앞서 살펴본 사례에서 드러나듯 기후난민의 대부분은 개발도상국에 집중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기후 재난에 취약한 환경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를 방어할 자원과 정책 대응 역시 부족한 때문에 기후난민을 양산하는 것이다. 기후 불평등이 기후난민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10년간 기후난민 수는 41% 증가했다. 숫자에만 집중해선 지금의 위기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 매년 수백, 수천만 명이 집을 잃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매년 수백만 명이 집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전쟁보다 더 많은 이들을 떠나게 하는 기후는, 지구의 새로운 이주 요인이 되고 있다. 전쟁보다 무서운 기후위기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재앙임을 인지하고 집 잃은 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줘야 한다. 


손영남 기자 son361@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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