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에겐 낯선 광경이다.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음식은 먹다가 남겨 버리고야 마는 그런 것이 되어버린 탓이다. 그렇게 버려지는 음식물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적지 않은 양이 분명할 것이다. 우리 정도의 경제력을 지닌 나라들이 버리는 음식물의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정도는 아는 탓이다.
그렇게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가 썩어간다. 그리고 그 부패는 인간을 넘어 우리가 사는 지구를 병들게 한다.
어릴 적, 나는 ‘음식을 남기면 안된다’는 교육을 철저히 받았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웬만하면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 했던 건.
하지만 성인이 돼 홀로서기를 하며 사정은 달라졌다. 감시자가 없어져서일까. 이제 남겨진 음식을 버리는 일은 예삿일이 됐다. 뭐든 쉽게 사고 또 쉽게 버린다. TV에서 본 아프리카 아이의 눈과 쌓인 음식물 쓰레기들을 보면서도, 심각한 지구환경의 위기를 보면서도, 온난화로 너무 뜨거워하면서도, 나는 쉽게 버렸다.
오랜 기간 자취 경력에도 늘 나를 곤란하게 하는 것은 남은 음식물을 버리는 일이었다. 그래서 점점 집밥과도 멀어지고, 배달이라도 시켜 먹는 날엔 냄새가 나거나 벌레가 꼬일까봐 비상이었다. 지구 환경보다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우리집 환경이 더 급했다.
돌돌 만 음식물 비닐을 냉동고에 넣어두면 마음이 편해지곤 했지만, 위생 문제가 걱정됐다. 그래서 차라리 음식점에 가서 먹고 오자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렇게 해도 음식물 쓰레기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내 몸과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그런 내게 요즘 솔깃한 물건은 음식물 처리기다. 퇴비화나 미생물 처리 방식으로 환경 부담을 줄이고, 최근엔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온 바이오가스로 차량용 청정수소를 만든다는 소식도 들린다. 기술의 발전이 죄책감을 덜어주는 셈이다.
![식사 후 남겨진 음식들 [사진=셔터스톡]](http://www.biznews.or.kr/data/photos/20250729/art_17526279344827_bb49b1.jpg)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음식물 쓰레기는 나오고, 지구가 병드는 이유는 결국 ‘남기는 소비’ 때문이다. 버리지 않는 소비, 잔반 없는 소비야말로 친환경이다.
음식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패스트 푸드, 패스트 패션...이런 것들을 넘어 패스트 버리기 시대가 아닌가. 너무 쉽게 사고, 너무 빨리 버리는 이 소비의 속도에서 우리는 과연 지구와 다음 세대에 무엇을 남기게 될까.
이제는 어떻게 버릴지가 보다 어떻게 덜 버릴지를 먼저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