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가동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는 말 그대로 전기 먹는 하마에 다름아니다. 사진은 네이버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 '각 세종' 서버실 [사진=네이버]](http://www.biznews.or.kr/data/photos/20251146/art_1763011647246_ebdaaf.png)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천연가스 수요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성능 연산을 요구하는 AI 모델들이 늘어나면서 데이터센터는 과거보다 수십 배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에너지원으로 천연가스 기반 발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 배경에 깔린 것이 천연가스 발전의 특성이다.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며,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빠른 기동성과 출력 조절이 가능한 발전원이 요구된다. 이에 가장 적합한 것이 천연가스 발전이라는 것. 천연가스 발전은 석탄보다 탄소 배출이 적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보다 공급 안정성이 높아 데이터센터의 지속적 운영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단기간 내 전력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요국들은 천연가스를 ‘전환기 에너지원’으로 다시 주목하고 있다.그러나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한국은 LNG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어 에너지 전략의 전면 재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 IEA “2035년까지 전력 수요 50% 증가” 에너지 인프라 대응 시급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2일 발표한 ‘세계 에너지 전망 2025’ 보고서에서 “2035년까지 전 세계 전력 수요가 40~50% 증가할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가 주요 수요처로 부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30년까지 현재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 중 85% 이상이 미국, 중국, EU에 집중될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는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료=IEA]](http://www.biznews.or.kr/data/photos/20251146/art_17630116921328_762692.png)
이러한 수요 급증에 대응해 미국 에너지 기업 셰브론은 웨스트 텍사스에 천연가스 기반 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이를 통해 AI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해당 시설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며, 최대 5000MW의 전력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이는 전통적인 석유·가스 기업이 디지털 산업의 수요 변화에 맞춰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AI 시장 개척에 선도적으로 임하고 있는 우리 역시 안정적 에너지원 수급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다.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 도출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AI 산업의 성장에 발맞춰 주요 ICT 기업들이 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전력 인프라와 에너지 수급 측면에서는 여전히 구조적 제약이 존재한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반응이다.
실제로 네이버, 카카오, KT 등 주요 ICT 기업들이 AI 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수도권 전력망은 이미 여름철 피크 수요로 과부하 상태다.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치며, 원전 확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지역 간 전력 수급 불균형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 단기적 대안은 LNG발전, 문제는 급등하는 가격?
이러한 우려는 최근 열린 ‘2025 KGU 에너지 컨퍼런스’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지난 7일,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의 송형상 선임연구원은 “AI 시대의 데이터센터는 타입별로 5~100MW의 전력을 필요로 하며, 일부 초대형 센터는 서울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전력을 소비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4년 490TWh에서 2030년 945TWh로 약 2.3배 증가할 것”이라며, “미국은 2030년까지 가스 발전량을 130TWh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5 KGU 에너지 컨퍼런스 현장 모습. [사진=한국가스연맹]](http://www.biznews.or.kr/data/photos/20251146/art_17630117881644_1ee63d.jpg)
이밖에 적지 안은 국내 전문가들도 LNG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2025년 9월 2일 열린 ‘제8회 LNG 포럼’에서 “AI 데이터센터 산업이 본격화되면 국내 전력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를 안정적으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전원 믹스와 유연성 설비 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전력망 확충과 송전망 병목 해소가 지연될 경우, 특정 지역의 전력 불균형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선 에너지원 확보가 핵심인데, 최근 천연가스 가격 급등은 이러한 과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다수 보도에 따르면 천연가스 가격은 최근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NYMEX 기준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MMBtu당 4.57달러로, 작년 말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이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수준과 유사한 가격대로,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에는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한국은 전체 천연가스 수요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주요 공급국인 미국과 카타르의 수출 정책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나선 건 필연적인 수순이다.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원전 가동률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2026년부터 LNG 발전소의 효율 개선과 스마트 그리드 기술 도입을 병행하는 ‘AI 전력 대응 로드맵’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AI 산업의 전력 수요 증가 속도는 정부 계획을 앞지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산업의 전력 수요 증가 속도를 고려할 때, 단기적 수급 안정화를 위한 천연가스 기반 발전소가 빠른 시일 내에 완비되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같은 맥락에 속한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2026년부터 LNG 발전소의 효율 개선과 스마트 그리드 기술 도입을 병행하는 ‘AI 전력 대응 로드맵’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은 전력 소비 패턴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에너지 수급 안정화 없이는 디지털 산업 경쟁력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기업이 함께 전력 인프라를 재정비하지 않으면, AI 산업의 성장이 오히려 국가 에너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