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태양광 발전이 순항하려면 단순한 기술적 과제를 넘어 정치적 신뢰와 사회적 수용성이라는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진=셔터스톡]](http://www.biznews.or.kr/data/photos/20250624/art_17496270392412_6de96a.jpg)
기후위기 시대, 재생에너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하지만 그 전환의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기술이 충분해도,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멈추고, 사회적 합의가 없으면 갈등이 반복된다. 수상태양광은 바로 그 시험대에 올라 있다. 이번 연재기획은 수상태양광을 둘러싼 기술·정책·사회·경제적 논점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단순한 찬반 논쟁을 넘어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실질적 해법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연재 순서
① 수상태양광, ‘기술’은 충분한데…‘신뢰’가 발목
② “거버넌스 혁신이 핵심” 수상태양광 발전 1원칙은 이것
③ 협치와 이익공유, 갈등을 넘어 ‘지속가능’으로
④ 수상태양광, ‘제도적 갈증’이 발목 잡는다
⑤ 수상태양광 그 이후.. 물 위의 미래를 다시 그리다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7년에 걸친 지루한 줄다리기의 결말은 참혹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전북 진안군 용담댐에 추진하던 200MW 규모의 수상태양광 사업이 사실상 중단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지만 수자원공사가 올 연말까지 여건 변화가 없을 경우 용담댐 수상태양광 발전사업 허가를 반납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정도로 고착상태에 빠진 것만은 분명하다.
그간 여러 반발에 부딪쳐왔던 건 사실이지만 사업 자체가 엎어질 정도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더 충격적인 게 사실이다. 2017년부터 약 7년간 이어진 동 사업은 2019년 1차 시도에서 해당 시군의 반대로 무산되는 등 난관에 부딫쳤지만 중단될 여지는 없어보였다.
특히 지난해 12월 전북지방환경청이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사회적 합의 조건으로 동의함에 따라 큰 고비를 넘겼다는 평이 있었던 만큼 이번 사업 중단 결정은 한층 더 충격을 안기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원 확보라는 국가적 당위가 지역의 반발에 부딪쳐 좌초된 이번 사태는 향후 태양광 발전을 위시한 여러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극복해야 할 과제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결국 수상태양광 발전이 순항하려면 단순한 기술적 과제를 넘어 정치적 신뢰와 사회적 수용성이라는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음에도 좀처럼 쓴 맛은 가시지 않고 있다.
◆ 세계 3위의 수상태양광 강국 명성에 금 가나
용담댐 수상태양광 사업의 중단이 곧 전체적인 수상태양광 사업의 중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기엔 수상태양광 사업의 이점이 너무 많은 탓이다.
수상태양광은 산림자원 감소와 생태계 및 경관 훼손 등의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육상태양광과 달리 상대적으로 환경영향이 적어 빠른 사업 추진이 가능하며, 발전효율이 육상 태양광 대비 10 % 가량 높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또한 냉각 효과로 인해 설비 수명이 늘어나며, 패널의 그림자 효과로 수온 안정화와 녹조 억제 효과도 기대되는 만큼 산지가 많은 국내 지형에서는 제한된 토지를 대체할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다.
국토 면적이 협소한 우리나라 실정을 감안할 때, 국토의 효율적 이용 측면에서 적합한 발전방식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향후 수상 태양광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전망케 하는 요소다. 우리가 이를 채택해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는 뜻이다.
이를 제대로 보여준 것이 합천댐 수상태양광이다. 2021년 준공된 41.5MW 규모의 이 시설은 연간 약 56GWh의 전력을 생산하며, 1,400여 명의 주민이 직접 투자해 연 4~10%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환경 분야 관계자는 “10년간의 사전 환경조사와 시운전 결과, 수질·수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환경친화적인 면모도 여실하다.
이런 장점에 힘입어 수상태양광 발전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수상태양광은 현재까지 전 세계 5.7GW가 설치됐고, 한국은 그 중 상위 3위권을 차지할 만큼 시장 지배자로서의 조건도 갖춘 상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30년까지 15개 댐에 500MW 규모의 수상태양광을 설치해 연간 66만 5760MWh의 전력을 생산하고, 22만 8000가구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전환을 넘어, 국가 탄소중립 전략과 RE100 대응, 산업 경쟁력 강화와도 직결되는 일이니 앞으로도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국토 면적이 협소한 우리나라 실정을 감안할 때, 국토의 효율적 이용 측면에서 적합한 발전방식이 될 수 있다. 자료는 수상 태양광발전 잠재량 산정 결과 비교. [자료=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ASTI MARKET INSIGHT 76 발췌]](http://www.biznews.or.kr/data/photos/20250624/art_17496273974686_61e70f.png)
◆ 반복되는 갈등 해소 없이는 전망 불투명
일찍부터 관심을 가져온 탓에 현재 국내 수상태양광 발전 기술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말은 곧 기술적 문제로 인한 갈등은 대부분 피할 수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 수질오염이나 생태계 파괴 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지만 의외로 이런 부분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적지 않다.
이번 용담댐 발전 중단을 초래한 요인들이 그를 잘 보여준다. 따지고 보면 용담댐 사례는 지역과의 갈등, 정치적 이해관계, 그리고 불충분한 정보공개가 얽히며 좌초된 것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광역상수원으로서의 환경 민감성’을 이유로 사업에 반대했고, 일부는 ‘전자파 피해’, ‘경관 훼손’, ‘중금속 유출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사업 중단을 요구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업자의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었다면 애초에 제기될 수 없는 비판이었다. 결국 제대로 된 소통이 없었음에서 기인한 비극이다. 한 지역 주민 대표는 “변전소 입지조차 사전에 설명이 없었고,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인식이 퍼졌다”며 “신뢰를 먼저 회복해야 사업 논의도 가능하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사례는 비단 용담댐 인근 주민들만의 것은 아니다. 수상태양광 사업지로 거론된 여러 지역에서 이와 유사한 우려가 고개를 든 때문이다. 충남·전북·경북 등지에서는 지역단위 반대 운동이 벌어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일본 사례 등을 들어 “장기적 환경 안정성에 대한 과학적 검토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한 수상태양광 사업 관계자는 “전자파는 노트북의 10분의 1 수준이고, 수질오염은 기준치 이하”라고 설명하면서도 “설명 부족으로 불신을 키운 점은 인정한다. 향후 주민 소통 강화와 장기 모니터링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에서 볼 수 있듯 결국은 제대로 된 정보가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이 사태를 악화시킨 것으로 파악된다.
◆ 데이터만으로 신뢰 구축 힘들어.. 투명한 정보 공개 절실
일각에서는 유사한 사례 때마다 발생하는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비판을 반대만을 위한 아이들의 떼쓰기 정도로 축소 해석하기도 한다. 이는 섣부른 예단이다. 무엇이 되었건 지역의 우려는 사업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해소해야 할 중차대한 요소기 때문이다.
수상태양광이 수변 경관을 해치고, 태양광 패널의 중금속이 수질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여전히 가장 자주 등장하는 지역의 여론이다. 실제로 충남 당진, 충북 옥천, 전북 부안 등에서는 주민들이 ‘전자파 피해’와 ‘경관 훼손’을 이유로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또한 장기적 환경영향에 대한 불확실성도 지적된다. 2019년 일본 이치하라시 야마쿠라댐에서 발생한 수상태양광 화재, 2022년 전남 고흥 해창만에서의 어류 집단 폐사 사례 등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한 불안을 키운다. 전북도의회는 “5년 전 반대했던 지자체가 어떤 과학적 근거로 입장을 바꿨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공론화 절차의 부재와 과학적 검증 부족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기술적으로는 일고의 제기조차 필요없는 사실이라 해도 일단 비판 여론이 발견되었다면 그를 먼저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신뢰는 데이터만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장기적 모니터링과 투명한 정보 공개가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용담댐 사태가 그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아니든가.
수상태양광은 단순한 전력 생산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 환경보전, 에너지 자립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해법이다. 기술은 충분하다. 문제는 ‘신뢰’다. 용담댐 사례는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소통의 실패에서 비롯됐다.
설명회 몇 차례로 지역사회의 이해와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 자체가 오산이다. 수익은 어떻게 나눌 것인가, 환경영향은 어떤 데이터로 입증할 수 있는가, 마을 공동체가 함께 갈 수 있는 모델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에 진정성 있게 답하지 못한 결과가 이번 중단 사태다.
기후위기는 점점 더 현실이 되고 있다. 탄소중립도, RE100도 구호로만 존재해선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건 신기술이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치의 방식이다. 지역이 반대한다고 해서 수상태양광의 방향성 자체를 흔들어선 안 된다. 오히려 갈등을 통해 무엇을 놓쳤는지 되짚고, 함께 나아가는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
수상태양광은 그 자체로 탄소중립 기술이자, 지역과 국가의 미래 에너지 전환 방식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용담댐의 좌초가 전체 전략에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도록, 눈앞의 갈등을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