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천명한 이재명 정부의 드라이브가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정체 현상을 보이던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을 2038년까지 29.2%까지 늘리겠다는 야심찬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는 움직임이 첫 시작이다.
탄소 중립 시대 구현을 위해 응당 이뤄져야 할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야기될 잡음, 즉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과 지역 간 형평성 문제를 극복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전 정부가 밟아온 전철이니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아직은 초반 포석에 불과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런 조짐들이 눈에 띠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햇빛연금이다. 태양광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주민들에게 배당하는 방식으로, 국내에서는 신안군에서 처음 도입된 정책이다. 새롭게 도입된 제도가 으레 그렇듯 현재 햇빛연금을 둘러싼 긍정적인 평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보완점이 없을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놓고 보면 실보다는 득이 많지 않냐는 평가가 더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정부는 햇빛연금을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많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선거 기간 중 “영농형 태양광 발전을 통한 ‘햇빛연금’을 확대하고, 농촌 주택 태양광 발전 설치도 대폭 늘려 농촌 주민의 소득을 높이겠다”고 밝힐 만큼 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역시 긍정적인 대목이다.
◆ 자극받은 타 지자체도 햇빛연금 도입 만지작
햇빛연금은 2021년 4월 신안군에서 처음 도입됐다. 태양광 발전소에서 발생한 수익을 지역 주민들에게 배당하는 것으로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 주민들은 운영 수익의 일부를 정기적으로 지급받는다. 지금까지는 제도 도입에 따른 이점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다.
정책 시행 이후 신안군 주민들의 실질 소득이 증가했고, 생활 안정에도 기여했다는 평이다. 2025년 기준 햇빛연금의 누적 지급액은 220억 원을 돌파했으며, 군민의 43%가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 그를 증명한다.
수혜자라 할 주민 반응도 긍정적이다. 햇빛연금이 지급된 지역에서는 주민 협동조합 가입률이 64.4%에서 86.5%로 증가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발전소 설치를 요청하는 사례도 늘 만큼 햇빛연금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다.
햇빛연금이 불러온 순기능은 또 있다. 저출산 시대의 직격탄을 맞은 지방 인구의 감소, 그로 인한 지방 소멸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2019년부터 지속적인 인구 감소를 겪었던 신안군은 햇빛연금 시행 이후 감소 폭이 점차 완화됐고, 2024년 말 기준 인구가 3만 8173명으로 증가했다. 물론 이것이 전적으로 햇빛연금의 덕이랄 수는 없지만 일정 부분은 기여했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지역 재정 활성화, 지방 소멸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 잡이에 성공한 신안군의 사례에 타 지자체의 관심이 쏠린 것은 당연하다. 신안군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햇빛연금 도입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안군에 따르면 전북 김제시, 경북 봉화군, 전남 영광군, 완도군 등 여러 지자체에서 신안군의 햇빛연금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신안군을 방문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도입을 요구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신안군과 유사한 형태로 재생에너지 수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신안군처럼 직접 현금을 배당하는 방식은 아직 도입되지 않은 상태라 관심의 정도가 더한 상태다.
지금처럼 햇빛연금이 긍정적 영향력을 발휘해 지방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이재명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햇빛연금의 전국 확대를 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태양광 이익 배당금을 받는 주민들의 모습. [사진=신안군]](http://www.biznews.or.kr/data/photos/20250624/art_17495413798082_316a14.jpg)
◆ 전국 확대 노리는 정부 발목 잡는 것들은 무엇
정부는 햇빛연금의 전국 확대를 위해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RE100 실현(재생에너지 100% 사용)과 탄소중립 추진을 주요 에너지 정책으로 내세우며, 이를 위해 태양광·풍력 발전 확대 및 주민참여형 모델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햇빛연금이라는 것은 이미 지난 대선 기간 동안의 발언으로 확인된 바다.
이미 정부는 ‘햇빛연금’과 ‘바람연금’ 같은 이익 공유형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발굴해 주민 소득을 증가시키면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이를 위해 산업단지 및 일반 건물, 주차장 등에 루프톱 태양광을 확대하고, 건물 외장재에 태양광 발전 기능을 더한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한, 정부는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추진하고, 전국적인 해상풍력망 구축을 통해 호남과 영남의 전력망을 연결하는 ‘U자형 한반도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런 정책적 움직임은 햇빛연금의 전국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전력망 안정화와 주민 수용성 강화를 위한 대책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마냥 순탄할 것만 같은 여정이지만 넘어야할 방지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햇빛연금이 발전사업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으며,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발전사업자들은 태양광 발전을 통해 얻은 수익의 일부를 주민들에게 배당해야 하는 구조가 되면서, 초기 투자비용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토로하고 있다.
햇빛연금이 시행되기 전인 2014~2018년, 62.7㎿ 규모의 육상풍력발전단지를 짓는 ‘신안그린에너지’ 사업 추진 시, 주민 소송으로 인해 10개월간 공사가 지연된 것이 단적인 예다. 그로 인한 손해액 50억 원을 보전하기 위해 사업자가 주민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청의 중재로 취하되면서 손해액을 고스란히 떠안은 전력이 있는 사업자로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햇빛연금의 재원이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인센티브에서 나온다는 점도 논란의 여지를 키우는 대목이다. REC 제도를 통해 한국전력이 재생에너지를 다른 발전원보다 비싸게 사들이는데, 이 때문에 ‘한국전력이 불필요한 웃돈을 주고 햇빛연금의 재원을 대는 꼴’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햇빛연금으로 전기요금 인상될 가능성이 존재하며 태양광 발전의 간헐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또한, 전국 확대 시 특정 지역만 혜택을 받는 구조가 형평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두의 돈을 모아 특정 지역만 배를 불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앞서 제기된 비판들은 충분히 합리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는 듯이다. 그 말은 곧 일련의 비판들을 잡음 없이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사업의 성공을 이끄는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신정부의 정책 입안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햇빛연금의 전국적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보조금 지원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며, 특정 지역만 혜택을 받는 구조를 개선하고 전국 단위의 기금을 활용한 배당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발전사업자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업과 협력해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햇빛연금이 실질적인 복지이자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일시적인 실험에 그칠지는 향후 정책 추진 방향과 주민들의 참여 여부에 달려 있다. 일각에서 언급하는 제2의 국민연금이 아닌 진정한 국민 복지책으로 자리잡는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단지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