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모기 세 마리로 드러난 기후위기의 민낯

  • 등록 2025.10.27 16: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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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지난 21일(현지 시각) AFP통신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자연과학연구소 곤충학자 마티아스 알프레드손은 최근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북쪽으로 약 30㎞ 떨어진 지역에서 ‘줄무늬모기’ (Culiseta annulata) 3마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두 마리의 암컷과 한 마리의 수컷이 나방 등을 잡기 위해 설치된 포충망에 잠입(?)한 것. 겨우 세 마리에 불과한 모기의 포획으로 세계 각국이 떠들썩해졌다. 아이슬란드는 인간이 살지 않는 남극을 제외하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모기의 침공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였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 건국 이래 처음 일어난 일이니만큼 재미있는 이슈쯤으로 생각될 법한 일이지만 실상은 그와는 전혀 다르다. 현재의 기후 위기가 어떤 얼굴로 변모해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일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가 없었다면 아마 아이슬란드에서 모기를 발견하는 일은 끝끝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아이슬란드에는 왜 모기가 없었을까. 이유는 명확하다. 긴 겨울과 반복되는 동결-해동 사이클은 모기의 생존과 번식을 어렵게 만들었다. 모기 유충은 얼지 않은 고인 물에서만 자랄 수 있는데, 아이슬란드의 기후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열 온천은 너무 뜨거워 유충이 살 수 없고, 화학적 성분도 적합하지 않았다. 이러한 자연적 조건 덕분에 아이슬란드는 오랫동안 모기 없는 청정지대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아이슬란드의 봄과 가을은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 얼지 않은 물이 더 오래 유지되고, 이는 모기에게 새로운 서식지를 제공한다. 이번에 발견된 모기는 유럽 북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으로, 아직 겨울을 견딜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그 가능성은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 작은 변화는 단지 아이슬란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겨울철에도 모기가 출현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아열대성 모기인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와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 의 북상으로 인해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치쿤구니야열 같은 질병의 위험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아이슬란드가 그랬던 것처럼 서울의 평균 기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도시의 열섬 현상은 모기 서식 환경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특히 지하철역, 지하주차장, 고층 아파트 단지의 실내 공간은 겨울에도 비교적 따뜻해 모기들이 은신하고 생존하기에 적합한 장소가 된다.


모기의 존재는 불편함을 넘어 생태계의 변화를 상징한다. 과거에는 열대 지역에서만 발생하던 질병들이 이제는 온대 지역에서도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생물학적 확산이 아니라, 기후 변화와 인간 활동이 만들어낸 결과다. 아이슬란드의 세 마리 모기는 그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종종 기후위기를 북극의 빙하나 해수면 상승 같은 거대한 이미지로만 떠올린다. 하지만 그 위기는 때로는 너무 작아서 손바닥 위에 내려앉을 정도로 작다. 모기 한 마리, 아니 세 마리가 그 증거다. 그들은 말이 없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이제는 모기가 나타났다는 사실보다 왜 나타났는지를 묻고, 그 답을 통해 우리의 대응을 고민해야 할 때다. 


손영남 기자 son361@biz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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