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재생에너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하지만 그 전환의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기술이 충분해도,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멈추고, 사회적 합의가 없으면 갈등이 반복된다.수상태양광은 바로 그 시험대에 올라 있다. 이번 연재기획은 수상태양광을 둘러싼 기술·정책·사회·경제적 논점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이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단순한 찬반 논쟁을 넘어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실질적 해법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연재 순서
① 수상태양광, ‘기술’은 충분한데…‘신뢰’가 발목
② “거버넌스 혁신이 핵심” 수상태양광 발전 1원칙은 이것
③ 협치와 이익공유, 갈등을 넘어 ‘지속가능’으로
④ 수상태양광, ‘제도적 갈증’이 발목 잡는다
⑤ 수상태양광 그 이후.. 물 위의 미래를 다시 그리다
[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재생에너지의 핵심축인 태양광 발전은 영구적인 발전원이라는 매력적인 특성에 힘입어 미래가 아닌 현재의 에너지 권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야기되는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중첩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중 가장 일차적인 것이 바로 육상 부지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수상 태양광 발전이다. 삼면이 바다인 지형적 특성에서 드러나듯 부지 확보로 인한 고민은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육상 태양광 발전의 시행착오를 한 번에 날려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수상 태양광 발전이지만 현실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각종 보도에서 확인한 것처럼 전국 각지에서 사업이 중단되고 갈등이 반복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왜 그런 걸까. 그에 대한 답은 ‘법과 제도의 빈틈’에서 찾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발상도 제도가 따라오지 못하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 주인이 여럿인 공공수면, 저마다 요구하는 기준 달라
육상 태양광 사업에서 쓴 맛을 본 정부는 수상 태양광으로 눈을 돌리고 관련 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다. 이전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심산이지만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명확하지 않은 제도와 경직된 행정 체계에 다시금 발목을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설비를 앉히기 위해 필요한 공공 수면 사용에서부터 곤란을 겪고 있다. 현재 저수지, 댐, 호수 등 수상 태양광이 설치될 수 있는 대부분의 수면은 여러 기관이 관할하고 있는 상태다. 관할 기관이 서로 얽혀있는 탓에 그를 위한 사업 승인 절차가 일관되지 않고 복잡하다는 것. 사용 허가를 받는 데만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기관마다 상이한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동일한 수면에 대한 기준이 부처마다 제각각인 것. 이런 이유로 인해 사업자는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1년 가까이 승인을 기다려야 하기 십상이다. 일원화된 기준이 없는 탓에 사업 진행 시 노하우를 구축하는 것도 힘들고 그때그때 달라지는 상황에 대처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 사업자는 “막상 사업 허가가 나도 부처마다 다른 기준을 충족시키다 보면 원래 사업 방향이 틀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실무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이를 시정할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난맥상은 인허가 절차 시에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기존의 인허가 기준이 육상 태양광에 근거해 마련된 것들이 많은데 이것을 수상 태양광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상 구조물의 안전성이나 수생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은 육상의 그것과는 전혀 달라 이를 별도로 고려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평가 기준은 마련되지 않아 혼선을 자초한다는 것이다.
해양환경관리법, 수자원법 등 수상 태양광 사업 시 적용되는 법률이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사업자가 각기 다른 규제를 해석하고 대응해야 하는 비효율 역시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야심차게 뛰어든 수상 태양광 사업자들이 시작하기도 전에 진이 빠진다는 하소연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등을 떠밀어도 모자랄 판이지만 비효율적인 제도로 사업자들의 발목을 잡는 현 상황은 좀처럼 달라질 조짐이 없다. 이에 대한 불평이 수시로 터져 나오지만 정부의 대응은 한 마디로 요지부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늘어난 기술 개발 부담, 초기 투자 비용 상쇄도 쉽지 않아
기대를 밑도는 수익 구조 역시 사업자들이 시장 진입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을 유인하는 제도로 꼽히는 것이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중치다.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의 가중치는 발전 방식, 설치 유형, 설비 용량 등에 따라 부여되는 보상 계수로 동일한 전력량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었는지에 따라 REC 수익을 달리 책정하기 위한 제도다.
이는 단순한 인증을 넘어 재생에너지 사업의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지만 이것이 수상태양광에는 불리하게 적용되면서, 기술 개발 부담과 초기 투자 비용을 감안해도 실익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REC 가중치가 조금만 조정돼도 수상태양광의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며 제도 정비를 촉구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실제 사례를 통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대표적인 예가 국내 최대 규모 수상태양광 프로젝트로 꼽히는 새만금 사업이다. 2.1GW의 대형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송·변전설비 공사 입찰이 여섯 차례나 유찰됐고, 최근에는 선정된 업체가 부적격 통보를 받으면서 법적 대응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이는 한수원과 새만금개발청 간의 비용 분담 협의 부족, 그리고 경직된 행정 절차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착공은 지연되고 사업비도 약 800억 원 이상 늘어나면서, 에너지 산업에 대한 신뢰도마저 흔들리는 실정이다.
기술적 한계와 제도 부족이 맞물려 문제를 키운 사례도 있다. 보령댐에서는 수위 변화와 강풍으로 인해 수상태양광 구조물의 계류선이 엉키고 방향이 틀어지며 발전량이 크게 감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발전 효율 저하는 물론이고 송전선로 파손 위험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설계 기준이나 안전 인증 체계는 아직 마련되지 않아, 현장에서는 “제도는 늦고 현장은 빠르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
수상태양광 설치 가능 면적에 대한 제한 역시 사업자들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현재 내수면에서는 최대 5%까지만 수상태양광 설치가 가능하지만, 실무에서는 관리기관이 해당 수면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해석해 가능 면적을 더 좁게 적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10% 이상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여전히 미정이다.
지금껏 살펴본 것들을 종합해보면 나오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제도의 흠결이 사업의 가치를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련의 제도 개선 절차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수면 사용권에 대해 단일 기관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신속한 승인이 가능한 체계를 갖춰야 한다. 또한 수상태양광 특화 인허가 체계를 구축하고, 기술적 특성과 생태적 요소를 반영한 환경영향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REC 가중치 역시 현실을 반영해 재조정하고, 관련 업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부 전담 조직 신설도 필요하다.
이 모든 사항이 구축되지 않는다면 수상 태양광의 미래는 잠시 반짝이다 사라지는 윤슬에 불과할 뿐이다. 제도의 미비는 단순히 문구상의 오류가 아닌, 시장의 존속을 뒤흔드는 구조적 문제임을 명심하고 서둘러 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