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급격한 산업 발전과 도시화로 인해 초래된 폭발적인 에너지 수요 증가에 대처하는 것은 단순한 에너지 정책의 문제를 넘어 국가적 차원의 과제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관련 정책 입안을 통해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 도출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석탄, 석유, 원자력 등 국내 에너지 공급의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 기존 발전 방식으로는 한계를 체감한 때문이다. 발전량을 늘림으로써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고는 싶지만 시대적 소명이라 할 탄소중립 가치에 역행한다는 여론은 그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원 발굴을 통해 수요에 대처한다는 그것이지만 그 역시도 기대만큼의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면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눈을 돌린 것이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다. 에너지 효율 향상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 에너지 관리 시스템(SEMS)에 시선이 솔린 이유다.
◆ 탄소중립 시대, 에너지 효율이 경쟁력으로 떠오르다
스마트 에너지 관리 시스템(Smart Energy Management System, 이하 SEMS)은 전력 소비를 최적화하고 재생에너지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AI 분석을 통해 최적의 에너지 소비 패턴을 제시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고정적인 에너지 관리 방식과 달리, 기계 학습을 활용한 자동 최적화를 통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SEMS가 추가적인 에너지 생산 여력이 용이하지 않은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최선의 해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탄소중립 및 에너지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의 강력한 경쟁력 역시 SEMS를 찾게 만드는 요소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 지원을 진행 중인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 및 스마트 그리드 구축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통한 에너지 비용 절감 및 효율성 향상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반 예측 기술을 활용해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최적의 전력 공급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와의 통합 가능성에도 주목하는 중이다. 아직은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이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이 분명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우려되는 것이 바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이다.
기존 발전 시스템에 비해 안정적 공급이 불확실한 면은 재생에너지 생산에서 무엇보다 고려해야 할 요소다.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맘놓고 시도할 수 없는 이유인데 SEMS는 변동성 높은 재생에너지 공급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에 그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SEMS 활성화를 시도하는 이유기도 하다.
◆ ESG 경영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 요소 다분
에너지 효율 극대화라는 키워드가 산업계를 들썩이게 할 것이라는 점은 너무도 당연하다. 사용 여하에 따라 비용 생산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만큼 기업이 관심이 가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 실제로 AI 및 IoT 기반의 실시간 모니터링과 최적화 기술을 통해 기업들은 비용을 절감하고 친환경 경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 공장에서 SEMS를 도입하면 기계 작동 데이터를 분석하여 최적의 가동 시간을 설정하고, 피크 타임을 피하는 방식으로 전력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기업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연간 최대 30%의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합리적인 경영자라면 혹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SEMS이 산업계를 매료시킨 것은 단순히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기업들은 SEMS를 통해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경영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환경 보호와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이미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SEMS 도입을 통해 평균 탄소 배출량을 20~40% 감소시키고 있으며, 이는 정부 및 국제기구의 규제 요구를 충족하는 동시에 기업의 브랜드가치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예상 외로 SEMS 도입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도입 과정에서 불거지는 몇몇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것이 기존 전력망과의 통합 문제다. 스마트 시스템이 기존 노후화된 전력망과 원활하게 연결되지 않아 효율성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첨단 인프라 구축인데 여기에 투입되는 비용이 생각보다 높다는 게 기업들이 SEMS 도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보조하는 것도 한계가 뚜렷해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망설이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술적인 한계 극복도 완벽하지 않다는 부분을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SEMS는 실시간 데이터 분석이 필수적이지만,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시스템과 사이버 보안 강화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는 것. 아직 관련 기술이 완벽하게 구현되지 못한 때문이다.
![춘천시가 송암스포츠타운에 스마트 에너지 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전기요금을 절감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사진은 .2024년 학곡리 공영차고지 내에 설치된 ESS(에너지 저장장치) [자료= 춘천시청]](http://www.biznews.or.kr/data/photos/20250623/art_17490819796406_677273.png)
◆ 시행착오 극복한다면 미래 담보할 핵심기술 될 것
비용 부담이나 인프라 구축 실패, 미흡한 기술력만이 발목을 잡는 요소가 아니다. 스마트 공장 구축에 나선 몇몇 중소기업들이 SEMS 도입에 실패한 이유가 내부 역량 부족과 도입 전략 부재였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비용 부담을 무릅쓰고서라도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작업자 가동률이 저하되고 시스템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아 소기의 성과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은 현재 SEMS 도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어떤 시스템도 완벽할 수는 없다. 때론 시행착오를 유발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불협화음에 시달리기도 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수순일 지도 모른다. 지금 SEMS가 놓여진 지점이 바로 그곳일 것이다. 한번쯤은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뤄저야 하는 것이 SEMS 도입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에너지 기술을 융합하여 에너지 생산, 소비, 저장 과정을 최적화하고, 에너지 사용량 예측, 에너지 절감 제어, 분산 에너지 자원 관리 등의 다채로운 기능을 제공하는 메리트는 쉬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보유한 SEMS는 단일 목표 최적화에 치중하거나, 제한적인 환경 조건만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복잡한 에너지 관리 환경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비용 절감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면 사용자 편의성이 저하되거나, 특정 시간대에 에너지 사용량이 집중되어 전력망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비판 역시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이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비용 절감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의 지형을 바꿀 게임체인저의 탄생이 머지 않았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고 탄소중립을 향한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살아남고 싶은 기업이라면 SEMS 도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