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뉴스 손영남 기자]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대선 후보들이 속속들이 차기 정부의 정책집, 이른바 공약을 내어놓고 있다. 다양한 이슈에 대한 공약 중 유독 눈길을 끄는 부분이 바로 에너지 정책에 관한 부분이다. 대선 토론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이 처음으로 공식 의제로 채택될 정도로 이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탓이다.
대선에 참여하는 각 후보들 역시 이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이에 각 후보들은 앞다퉈 에너지 정책을 내고 국민의 선택을 호소하는 중이다. 다양한 에너지 정책이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세인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는 역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다.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만큼 그들의 공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누구보다 농후한 때문이다.
정책 지향성이 다른 두 후보답게 에너지 정책 역시 각자의 색을 드러냈다. 지난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발표한 각 후보자들의 공약에서 이런 성향이 제대로 묻어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탈탄소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입장이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기후재난 대응과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전략을 공약의 중심에 두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지향하는 바는 다르지만 결국 국가 발전을 선도할 에너지 정책을 수행하겠다는 의미에 다름아니다. 야심차다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 양 후보의 에너지 정책을 두고 기대감을 표출한 이들도 있지만 적지 않은 수의 유권자들은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 이유로 꼽히는 것이 바로 공약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재원 없이 진행할 수 없음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반응이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이 공약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게 된 것이다. 때 이르게 후보들의 정책 추진 의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재생에너지 중심 전환 천명한 이재명, 예산 계획은 미미
이재명 후보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강조하며 태양광·풍력 발전 확대와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세부적으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 2040년 석탄화력 폐쇄, 전국 재생에너지 100%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는 등 탈탄소 시대에 걸맞는 정책 구상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는 계획이지만 대규모의 자금이 요구되는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재원 확보 방안이 구체성을 띠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 측은 정부 재정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2025년부터 2030년에 걸쳐 발생하는 연간 총수입 증가분 등을 활용하는 것으로 충분히 대처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범위 설정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말에 힘을 실어주기는 애당초 무리가 따른다.
민간과의 협업이 불가피한 사업 특성상 정부 예산 이외에 활용가능한 것으로 꼽히는 민간 투자 유치 역시 수월하지 않다. 때에 따라선 민간 투자로만 진행해야 할 정도로 재원 조성 방안의 핵심적인 요소지만 글로벌경제 불안정성이란 대외적 요인으로 잔뜩 움츠린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은 탓이다. 한마디로 현실을 외면한 책상머리 행정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탄소세 도입과 탄소배출권 거래 확대를 통한 추가 재원 마련 계획 역시 안정적 재원 조달책으로 불리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기업들은 탄소세와 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되면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기에 이에 순응하기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미국, 중국 등 주요 경쟁국이 아직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시행하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이런 정책들이 맞게 될 역풍이다.
◆ 원자력 확대 선언 김문수, 막대한 초기 비용 해결이 난제
보수를 대표하는 김문수 후보가 내세운 공약은 ’안정성‘이란 단어로 집약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 확대를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구상한 김문수 후보 진영은 원자력 발전 비율을 60%까지 높이고, 대형 원전 6기 및 SMR 1기를 건설하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이 역시 재정적 부담 해결 없이는 불가능한 정책이라는 점이 문제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3일 울산 남구신정시장 인근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http://www.biznews.or.kr/data/photos/20250520/art_17472659213436_301ab0.jpg)
기본적으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운영을 위한 초기 투자 비용은 천문학적 수준에 달한다 정부가 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 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후보 측에서는 구체적인 예산 확보 계획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형 원전 건설이 국민 세금으로 진행될 경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밟아온 전철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2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이런 방안을 발표했지만 실제론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는데 이는 결국 재원 마련을 위한 사회적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는 의미임을 고려해본다면 김 후보의 원전 확대 정책 역시 만만찮은 저항에 시달릴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또한, 원자력 발전 확대 공약과 동시에 전기요금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재 한국전력의 재정 상황이 악화된 상태에서 전기료 인하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정부 보조금과 발전소 운영 비용의 현실적인 계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23일 토론회 통해 구체적 로드맵 밝혀야 마땅
방향성이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두 후보의 에너지 정책은 향후 우리가 가야 할 노선을 보여주는 것이 사실이다. 일부 미진한 부분은 순차적으로 보완하며 나가면 될 일이다. 문제는 6.3 대선을 통해 새롭게 선보이게 될 신정부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갑작스레 이뤄진 정권교체인 탓에 새롭게 출범할 정권은 기존 정권이 누려왔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활동 기간을 향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선이 끝나고 대통령 취임 직후까지 2~3개월에 걸쳐 주요 국정과제를 정리하고 정부 조직 개편을 준비하는 시간이 증발한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미룰 수는 없는 것이 신정부의 숙명이다. 서둘러 처리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9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유엔에 제출해야 하고,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탄소중립기본법 개정도 서둘러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수행하려면 그에 앞서 에너지 정책의 구체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함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오는 23일, 각 당의 대선후보들은 2차 토론회(사회 분야)에 참석해 사상 처음 채택된 ‘기후위기’에 관한 자신의 소견을 밝혀야 한다. 이미 발표된 에너지 정책의 타당성과 그를 실행하기 위한 실천 방안이 개진될 것으로 점쳐지는 그 자리가 국민들을 안심시킬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모호한 재원 조성 방안이 기우였음을 입증하고 향후 대안민국 에너지 안보가 굳건함을 만천하에 과시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본다.
행여라도 그 자리에서조차 서로에 대한 비난과 헐뜯기로 일관하며 구태와 악습을 보여주기에 급급한다면 그는 곧 자신들의 공약이 공약(公約) 아닌 공약(空約)이었음을 시인하는 꼴이 된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