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초개인화 시대를 맞아 개인별 취향과 니즈가 점차 세분화됨에 따라 소비 트렌드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데, 기업들은 새로운 소비 흐름을 주도하는 것보다 역으로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트렌드에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반응이다.
또한 소비자들 요청에 응할 때 상품의 매출은 물론 브랜드의 성패까지 좌우되기도 한다는 것.
이전과 달리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화되고, 참여와 소통을 좋아하는 MZ세대가 주 소비층이 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강화되는 추세로,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거나 기획·제작·유통 과정에 참여하며 영향력을 높이고 이는 추세다.
이러한 소비자들을 일컬어 ‘팬슈머’라고 부르는데, 팬(Fa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인 팬슈머는 기업과 동등한 존재가 되어 소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스타벅스, 트렌타 사이즈 음료 보름 만에 40만 잔 누적 판매
스타벅스는 지난달 출시한 트렌타(TRENTA) 사이즈 음료들의 누적 판매량이 보름 만에 40만 잔을 넘어서며 최근 출시된 음료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스타벅스는 트렌타 사이즈 음료 도입을 요청하는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해 지난달 20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한시적으로 트렌타 음료 3종(콜드 브루, 아이스 자몽 허니 블랙 티, 딸기 아사이 레모네이드 스타벅스 리프레셔)을 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중 가장 인기인 음료는 콜드 브루로, 트렌타 구매 고객 두 명 중 한 명은 콜드 브루를 선택했으며, 아이스 자몽 허니 블랙 티와 딸기 아사이 레모네이드 스타벅스 리프레셔가 각각 30%, 20%를 차지하며 뒤를 이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출근 후 하루 종일 마시기에 좋다거나 식사 후 동료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는 구매 후기와 더불어 한정 기간 판매되는 상품인 만큼 트렌타 컵을 기념품으로 보관하겠다는 등의 구매 경험에 대한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특히, 트렌타는 DT(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인기인데, 전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매장 상위 100곳 중 80곳 이상이 DT 매장이었으며, 트렌타 판매량은 일반 매장 대비 두 배에 달했고,
또한, 쇼핑몰, 백화점, 오피스, 학원가 등 체류시간이 긴 곳에서 인기를 보였다. 실제로 전국에서 트렌타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 매장은 서울역 내 위치한 ‘스타벅스 서울역사점’이었다.
이처럼 폭발적 반응을 얻을 수 있던 배경에는 스타벅스가 최근 대용량 음료가 인기인 트렌드를와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상품을 발빠르게 준비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북미 지역에서 트렌타 음료를 경험한 고객들의 도입 요청 목소리도 꾸준히 들어와 이에 맞춰 도입을 준비해 지난달 아시아 최초로 트렌타를 선보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스타벅스 코리아 손정현 대표는 “향후에도 고객의 의견을 경청해 언제 어디서나 차별화된 커피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동제약, 소비자 요청에 ‘르세라핌 에디션’ 출시… 팬슈머와 소통 강화
앞서 광동제약은 지난 3월 아이돌 그룹 르세라핌을 새 모델로 ‘비타500 제로’ 광고를 공개해 단 3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350만 회를 돌파했다. 뜨거운 반응 속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인스타그램 등 각종 커뮤니티에서 에디션 패키지를 출시해 달라는 소비자들의 열띤 요청이었다.
르세라핌 팬덤을 중심으로 시작된 요청이었으나 광동제약은 팬덤의 의견을 반영해 멤버별 이미지가 담긴 한정판 에디션 패키지를 출시했다. 이에 앞서 에디션 출시를 위해 자사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 8천 개 및 댓글 300개 이벤트’를 진행했다.
팬슈머의 뜨거운 반응속 7시간 만에 목표치를 달성했고, 한정판 패키지 출시 이후 병 라벨이 잘 안 떼어져 아쉽다는 소비자들의 피드백이 이어지기도 했다. 광동제약은 이를 재빠르게 반영하여 르세라핌 스티커를 스페셜 굿즈로 곧바로 출시했다.
스티커는 출시하자마자 품절 대란을 일으켜 2차 판매하기도 했다. 광동제약은 팬십과 대중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소통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롯데 립파이, 삼양 불닭볶음탕면 등 단종 제품도 부름 받고 재출시
이외에도 팬슈머의 영향력은 다양한 제품 기획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과거 단종된 제품을 재 출시하게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탕면’이 있다. 지난 2016년 처음 출시된 불닭볶음탕면은 오리지날 불닭볶음면이나 까르보 불닭볶음면에 비해 인기가 저조하여 지난해 단종되었다.
그러나 단종 이후 불닭볶음탕면의 마늘 풍미와 걸쭉한 국물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형성되었고, 수출 제품을 역직구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공식 홈페이지에 재출시를 요구하는 소비자 문의 글만 1천 건을 넘으면서 삼양식품은 재판매를 결정하게 됐다.
단종한 지 8년 만에 재출시한 제품도 있는데, 롯데웰푸드 ‘립파이’의 후속 제품인 ‘립파이 초코’다.
이 제품은 2015년 단종됐지만 재출시에 대한 지속적인 문의가 있었고 롯데웰푸드는 맛과 품질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립파이 초코를 지난 5월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립파이 초코는 출시 50일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갑을 돌파했는데, 당초 예상했던 수량을 훨씬 웃돌아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8년 만에 재 출시된 립파이에 대한 소비자의 반가움과 더불어 업그레이드 된 맛과 품질이 인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립파이 초코는 나만의 시간을 보다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프리미엄 디저트”라며 “나만의 휴식을 즐기는 카페나 호텔과 같은 곳에서도 립파이 초코를 만나볼 수 있게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현재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