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뉴스 문성희 기자]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전쟁이 터진 후 80 선으로 내려왔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 Business Survey Index)가 3월에 드디어 90선을 넘어 섰고, 4월 전망도 90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경기에 대한 대기업들의 부정전망이 줄고 긍정전망이 늘었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진행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우리 대기업들이 11개월 째 기준선인 100을 하회하고 있다면서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경련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형식을 통해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는, 3월 실적은 93.5로 조사되어 전월 86.7보다 6.8포인트 증가하며 90선을 넘어섰다. 또 4월 전망에 대해 묻는 조사에서도 93.0 으로 집계돼 3월에 이어 4월에도 90선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600대 기업 BSI는 2020년 2월 코로나19 발발 이후 급속도로 악화됐지만, 2021년 3월 코로나가 진정되면서 112.9까지 올라갔었다. 하지만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다시 100 아래로 내려왔고, 특히 기준금리 빅스텝이 7월과 10월 두 차례 단행되면서 80 선 초반까지 떨어졌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3월 금리가 동결되는 등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경기지수의 실적도 전망도 모두 90 선을 되찾았다.
하지만 기준선 100을 중심으로 비교해 보면, 3월 실적 93.5는 작년 2월 91.5부터 14개월 연속 100을 하회하고 있으며, 전망치 93.0은 작년 4월 99.1 부터 13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하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현장에서 체감하는 경기를 기업에게 직접 설문형식으로 조사하는 BSI는, 긍정적으로 답변한 기업의 수와 부정적으로 답변한 기업의 수가 같을 경우 100을 나타내도록 설계돼있다. 조사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많으면 그만큼 100을 초과하고 부정적인 답변이 많으면 그만큼 100 아래의 수치가 나온다.
4월 전망치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은 95.0, 비제조업이 90.5로 제조업이 비제조업보다 긍정전망이 많았다.
제조업 중 산업별 BSI는 이차전지와 조선 기자재가 포함된 일반·정밀기계 및 장비가 110.5으로 긍정전망이 부정전망을 넘어섰고, 석유정제·화학도 103.0으로 호조 전망을 보였다. 식음료, 의약품, 금속 및 금속제품은 기준선 100.0에 걸쳐 긍정전망과 부정전망의 수가 같았다.
그외 섬유·의복(58.3), 목재·가구(80.0), 전자·통신장비(85.7), 비금속(92.9), 자동차·기타운송장비(94.9)) 등은 긍정전망보다 부정전망이 더 많았다.
제조업 산업별 BSI 4월 전망
특히,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통신장비가 7개월 연속 부진한 것은 2020년 11월(92.0) 이후 2년 5개월(29개월) 만이다. 전경련은 한국 수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전자·전기 산업의 부정적 경기전망이 이어지면서, 최근 우리나라 수출의 부진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했다.
비제조업 세부 산업 중 기준선 100 이상을 기록한 산업은 여가·숙박 및 외식(120.0)이 유일했다. 반면, 건설(77.6)은 경기불황과 금리인상 영향에 따른 주택수요 위축 영향으로 비제조업 중 업황 전망이 가장 부진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경제 부문별 4월 전망은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투자는 88.6, 자금사정이 92.1, 채산성 92.1, 내수 93.0, 수출 95.9, 고용 96.2로 전 부문이 100을 하회하는 전망치를 보였다. 모든 부문이 부진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내수(93.0), 수출(95.9), 투자(87.9)는 2022년 7월부터 10개월 연속으로 동시 부진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 수출 증감률 추이
이번 조사를 진행한 전경련 추광호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들의 경기전망 악화가 지속될 경우, 투자‧생산‧고용 계획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실물경기의 부진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며,
“주요국(미국‧일본 등)과의 교역환경 개선, 근로시간 유연화 등 노동개혁 지속으로 기업들의 경영활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교역환경 개선은 미국 인플레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등 차별을 완화하는 것, 일본 화이트리스트를 복원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