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뉴스 문성희 기자]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 시장의 올해 전망이 어둡다. 특히 한국반도체의 주력품목인 메모리 시장은 큰 부진을 보였던 지난해보다 더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세계 반도체시장 통계기구(WSTS)'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시장의 매출액은 5,566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보다 4.1% 줄어든 규모다.
반도체시장은 두 해 전인 2021년 만해도 전년보다 26.2%나 증가하면서 큰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에 전년보다 4.4% 증가하면서 성장세가 약화되더니 올해는 아예 시장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별로 보면 전체 반도체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매출이 7.5%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체 시장을 감소추세로 전환시켰다. 하지만 2년 전만해도 30% 가까운 성장을 보였던 미국, 유럽 일본 시장도 올해는 0.4~0.8%의 미미한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최근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고, 코로나 규제 완화로 PC, TV 등의 제품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재고가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쌓이는 등 반도체는 초과공급 상태"라고 시장 위축 전망의 이유를 설명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 반도체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반도체의 부진을 전망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규모는 올해 1,116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됐는데 지난해보다 17.0%나 줄어든 규모다. 메모리시장은 2021년에 전년보다 30.9%나 증가하며 높은 성장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12.6%가 줄면서 감소세를 보였는데 올해는 또 17.0%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경연은 "2022년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하락, 미중 패권 전쟁 등 대내외 경제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매서운 한파를 맞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세계 반도체 매출 실적 및 전망 (백만 달러)
올해 반도체시장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반도체 산업을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으로 인식하고, 반도체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시설, 연구개발, 인적자원 개발 등 대규모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반도체 인력 양성과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국내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은 경쟁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미국, 대만 등 주요국의 대규모 지원에 상응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업계는 지적한다.
한경연 이규석 부연구위원은 “법인세 인하, R&D 및 시설투자세액 공제율 인상 등 최소한 해외 주요국 수준의 지원을 통해, 한국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방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로 국가전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