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뉴스 문성희 기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물가를 잡겠다고 잇달아 기준금리 빅스텝을 감행하면서 한국도 계속 기준금리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를 따져보면, 한국금리가 미국금리보다 오히려 더 높아 한국 가계와 기업이 미국 가계와 기업보다 더 큰 금융부담을 지고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7일 '최근 기업금융 현안과 정책적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실질기준금리는 한국이 미국보다 높고, 한국 기업의 자금부족 규모도 최근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 명목 기준금리 美 4.0% > 韓 3.25%...실질 기준금리 美 -3.75% < 韓 -2.70%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명목 기준금리는 미국이 4.0%로 한국 3.25%보다 0.75%P 높지만, 2022년 10월 말 기준 실질 기준금리는 한국이 -2.7%로 미국 -3.75%보다 1.05%P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국내기업이 체감하는 금리는 미국 기업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질 기준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금리로, 채무자들이 실질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금리 부담을 의미한다.
한·미 명목 기준금리 추이(%)
한.미 실질 기준금리 추이 (%)
한국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과거 한미 명목 기준금리 역전시기에 국내 자금유출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급격한 자금유출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속도에 맞춘 기준금리 인상은 국내기업의 자금조달에 심각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따라서 한미 금리역전이 발생하더라도 국내 경제주체의 금융방어력을 고려한 금리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 국내기업 자금 부족 규모 급속 증가, 올해 2분기 약 47조원 부족
이렇게 금리가 급하게 인상되면서 국내기업의 자금부족액 규모도 최근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기업은 올해 2분기에 약 47조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연말로 갈수록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기업의 자금부족 규모는 지난해 4분기만해도 2.5조원에 그쳤지만, 올해 1분기에는 27.8조원으로 늘어났고, 올해 2분기에는 46.9조원으로 큰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국내기업의 자금조달액은 2017년 134조원, 2018년 175조원, 2019년 157조원, 2020년 274조원이었는데 2021년 331조원으로 지난해에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기업들이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자금 여건을 해결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높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기업의 금리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고려해 금리인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연말에는 자금난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회사채 시장 활성화와 기업금융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며, "예대율 규제 완화, 지급준비율 인하 등 금융당국이 기업금융 규제완화를 통해 실물경제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