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뉴스 문성희 기자] 물가·금리·환율의 고공행진이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전자통신, 석유화학마저 10월 현장체감경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환율이 상승하면서 수출기업들의 실적은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지만, 수출상위 3개 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 조차 부정적인 전망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 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한 결과, 9월 기업들이 현장에서 체감한 경기는 86.0이며 10월 전망치는 89.6으로 10월 전망이 9월 실적보다 다소 희망적이긴 하지만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9월 실적치 86.0은 올해 2월 91.5부터 8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하회하는 수치로,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현장에서 체감하는 경기를 기업에게 직접 설문형식으로 조사하는 BSI는, 긍정적으로 답변한 기업의 수와 부정적으로 답변한 기업의 수가 같을 경우 100을 나타내도록 설계돼있다. 조사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많으면 그만큼 100을 초과하고 부정적인 답변이 많으면 그만큼 100 아래의 수치가 나온다.
10월 BSI 전망치를 산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이 88.4로 비제조업 91.1 보다 낮았다. 제조업은 기준선을 초과한 산업이 전무(全無)한 가운데, 특히 국내 3대 수출산업인 전자통신이 95.0, 자동차운송 96.8로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고 석유화학은 70.4로 10월 경기가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반도체는 지난 5월 이후 기준선 100을 웃돌며 긍정적인 추세를 보였고 9월에는 120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지만, 10월 전망은 95.0으로 한 달만에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사를 진행한 전경련은 "3대 수출 주력업종이 동시에 부진 전망을 보인 것은 2022년 4월 이후 6개월 만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침체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3대 수출 주력업종 BSI 추이
비제조업의 세부산업 중에서는 9월에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 명 밑으로 떨어지며 감염 부담이 줄어든 영향으로 스포츠, 공연 관람 등이 포함된 여가·숙박 및 외식업만 111.1로 유일하게 호조 전망을 보였고, 전기·가스·수도 업종은 82.4로 연료비 상승 등 영향때문에 가장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가격은 지난 7월에는 1,032.5달러/톤이었지만, 8월에는 1,194.6달러/톤으로 한 달 사이에 15.7%나 상승했다.
경제부문별 전망치를 살펴보면, 모든 부문이 기준선 아래 수치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2021년 1월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채산성부문이 90.5, 자금사정 92.2, 투자 94.1, 내수 95.2, 수출 95.2, 고용이 99.4로 조사됐다. 특히 고용은 2021년 3월 99.5 이후 1년 7개월 만에 기준선아래로 내려왔다.
제조업 재고도 부정적으로 전망됐는데, 전경련은 "국내외 경기침체에 따른 판매 부진으로 제조업 재고가 2020년 7월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부정적으로 나타나, 향후 생산·투자·고용의 연쇄적인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전경련의 추광호 경제본부장은 “국내기업들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高 장기화로 인한 생산비용 증가와 국내외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 둔화의 복합적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며,
“정부가 추진 중인 법인세제 개편, 근로시간 유연화 등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조치들이 신속히 이루어져 기업들의 경영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