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뉴스 문성희 기자] 올해 들어 코로나19 침체에서 벗어나던 기업현장의 체감 경기가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산업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매월 기업현장에서 기업들이 직접 느끼는 체감경기를 조사하고 있는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의 보고에 따르면, 국내 600대 기업들은 5월 현장에서 체감한 경기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답변이 더 많이 나왔지만 기업경기실사지수(BSI : Business Survey Index)가 3월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경기실사지수는 기업들에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를 물어서, 긍정적이 응답이 많을 경우 그 많은 만큼 지수가 100을 초과하도록 하고, 부정적인 응답이 많을 경우 그만큼 100을 하회하는 수치가 나오게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지수가 100을 넘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현장에서 경기가 긍정적이라고 느끼는 회사가 더 많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느끼는 기업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경기실사지수는 2015년~2019년까지 90 내외의 수치를 보였지만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58.8까지 떨어졌다.
이후 지난해 말부터 다시 90선을 회복했고, 올해 들어와서는 3월에 112.9의 수치를 보이며 10년 전인 2010년 3월 113.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4월에는 111.0, 그리고 5월에는 106.4의 수치를 나타내며 현장체감경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한 기업의 수가 계속 줄어 들고 있다.
각 부문별 5월 지수는 ▸내수(105.6) ▸수출(101.0) ▸투자(102.6) ▸고용(107.9) ▸자금사정(103.8) ▸채산성(103.1)을 나타냈다.
조사를 진행한 한경연은 "최근 전 세계적인 원자재․부품 공급 차질의 영향으로 제조 기업들의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체감경기가 나빠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원재료와 중간재 등 기업들의 원자재 가격지수는 올해 1월 90 수준이었지만 두 달만인 3월에 110을 넘어설 정도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경연은 "제조업의 채산성 전망치(98.1)가 100선 밑으로 급락하였고, 재고도 물류·공급난으로 인한 적정 재고 유지의 어려운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비제조업에 대해서는 "비제조업은 백신 수급 불확실성에 따른 대면서비스 수요 둔화 우려, 유통업·운송업을 중심으로 한 업계 경쟁 심화와 도시가스 수요 감소 등 계절적 요인이 기업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치를 나타내는 전망지수도 지난 3월 109.2를 찍은 후 4월 106.3, 5월 107.7 그리고 6월 전망은 102.6을 나타내며 이번달에 대한 전망지수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를 진행한 한경연은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 6월 BSI 전망치가 99.4로 기준치 100이하로 떨어졌음을 감안할 때, 최근의 경기 호조세에 다소 불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았다.
업종별 6월 전망 BSI의 경우 제조업은 105.1을 기록했으나, 비제조업은 99.4로 전월 대비 경기부진이 예상된다는 답변이 더 많았다.
부문별 6월 전망치를 살펴보면 ▸내수(102.3) ▸수출(100.5) ▸투자(103.8) ▸고용(105.1) ▸자금사정(102.1) ▸채산성(99.0) 등으로 조사됐다.
내수부문의 전망치가 지난 3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하며 하락세를 이끌었고, 수출도 지난 달 대비 큰 폭(∆5.3p) 하락하며 호조세가 둔화되었다.
다만, 투자의 경우 지난 달 대비 소폭(+2.2p) 상승하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는데, 한경연은 “반도체 등 신산업·신기술 투자 지원 확대에 대한 기대가 기업들의 투자 심리를 끌어올리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았다.
지난 5월 13일 정부는 반도체를 포함한 핵심전략기술 관련 R&D 및 시설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내수·수출 등 주요 부문에서 기업 체감경기가 다소 위축되며, 경기 호조세가 둔화될 수 있는 양상이다”라며,
“원자재 공급난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범정부차원의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