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뉴스 문성희 기자] 우리 국민 70%가 물가보다 급여가 더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앞으로 소득 증대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재테크를 더 중요시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근로소득과 자산소득의 불균형이 점점 더 심해지고 코로나19 등으로 고용안정성 마저 크게 흔들리면서, 근로를 통한 소득보다는 자산을 통한 소득이 더 크고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하여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일자리 전망 국민인식'을 조사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8.9%가 '앞으로 급여가 물가보다 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해 근로자 대부분이 앞으로 실질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가운데 42.5%는, 급여 인상폭이 물가 인상 폭보다 많이 작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26.4%는 조금 작을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 인상폭과 급여 인상폭이 비슷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6.3% 였으며, 물가보다 급여가 더 많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는 14.8% 였다.
근로자들이 자신의 실질소득에 대해서 이렇게 부정적으로 인식하면서, 앞으로 소득 향샹을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일을 열심히 해서 급여를 높이겠다는 것보다는, 재테크를 통해 소득을 높이겠다는 응답이 더 많이 나왔다.
부동산이나 주식을 통한 재테크가 가장 중요하다는 응답은 32.9%가 나온 반면, 역량강화와 승진을 통해 급여를 높이겠다는 응답은 14.9%에 그쳤다. 창업 등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을 통해 소득을 향상시키겠다는 응답도 9.1%에 머물렀다.
최근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근로소득보다 자산소득이 훨씬 커지고, 코로나19 등으로 고용안정성 마저 흔들리면서, 우리 사회에 근로에 대한 의욕과 자신감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부동산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됐지만 여전히 가장 유망한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이 30.1%로 가장 많이 꼽혔으며, 주식 28.4%, 기타 16.6%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금·구리 등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도 8.3%가 있었으며 예·적금 6.8%, 암호화폐 6.1%, 외화 3.7%로 재테크 방법이 뒤를 이었다.
부동산과 주식을 유망한 재테크 수단으로 지목한 응답자는 성별과 연령 차이가 없었다. 단지, 남성은 부동산(30.9%)을 여성은 주식(32.3%)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결혼기에 접어들어 주택을 마련해야하는 30대(33.4%)와 보유자산이 큰 50대(30.4%), 60대(31.1%)는 부동산을, 20대(40.0%), 40대(28.9%)는 주식을 가장 좋은 재테크 수단으로 꼽았다. 또한 20대에서는 주식과 부동산에 이어 최근 투자열풍이 불고 있는 암호화폐(9.5%)를 지목한 것도 특징이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근로소득과 자산소득 격차의 확대가 주요한 이유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불안심리도 이러한 인식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이후 고용에 대한 전망을 물은 설문에, 조사 대상자 44.6%가 매우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조금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32.7%로 나왔다. 77.3%의 국민이 앞으로 고용상태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바이오 산업은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는 한편, 음식, 숙박 철강 산업은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을 묻는 질문에 21.4%가 반도체 업종이라고 대답했으며, 바이오가 20.6%, 유통 13.0%, 화학배터리 업종이 10.8% 응답을 받았다.
반면,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에 대해서는 숙박·음식점이라는 응답이 22.5%였으며, 기계·선박·철강이 17.4%, 건설 14.5%, 자동차 11.1%로 응답결과가 나왔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추광호 한경련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완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고용상황을 여전히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의 성장활력이 많이 약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국민들의 기대를 반영하여 일자리 창출을 막고 있는 규제를 완화하고 기득권의 진입장벽을 낮춘 고용시장 조성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