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뉴스 박진경 기자] 매출액 기준 국내 상위 100대기업은,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증가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를 제외하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2019년 기준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올해 영업이익을 조사한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100대 기업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익은 35.9조원으로 지난해 33.6조원보다 6.8% 증가했다. 하지만 이 영업이익의 18.4조원인 절반 이상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으로 두 회사의 영업이익을 차감하면 17.5조원에 그쳤다.
반도체 회사를 제외하면 나머지 98개 회사는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21.9%나 줄었다. 2019년에도 영업이익이 16.1% 감소했는데, 올해도 또 큰 폭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반도체 회사를 포함한 매출액은 611.6조원으로 작년보다 3.9% 감소했다. 반도체 회사를 포함해도 외형마저 축소되고 있는 모습이다. 반도체 회사를 제외한 매출액은 462.7조원으로 지난해보다 7.5% 줄었다.
이렇게 영업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100대기업은 차입금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기업은 차입금 등 재무활동을 통해 올해 3분기까지 11.8조원의 현금을 조달했다.
눈에 띄는 점은 차입금이 11.8조원 늘었는데 현금성자산도 19.5조원이 늘어 난 것이다. 기껏 돈을 빌려와 사용하지 않고 손에 그대로 쥐고 있는 모습이다.
한경연은 기업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지 않고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심리가 확대된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반도체 회사를 제외하면, 2018년과 2019년에는 재무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나타나 차입금을 줄여왔는데 올해는 3.9조원을 늘리는 등 차입금을 통해 현금 보유규모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인해 100대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올해 9월말 현재 113.1조원으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많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회사를 제외해도 2019년 66.2조원에서 82.8조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만큼 기업들이 향후 경영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기업들이 올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3분기까지 실적 부진이 지속된 데 더하여,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을 비롯한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져 향후 전망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이 투자·고용 → 생산 → 이윤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정부의 선제적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